임은정 "檢 업보 많아 자성해야" vs 후배들 "정치검사 물타기"

임 부장검사 "외부에 대한 성난 목소리만 있어서야"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연합뉴스

수사지휘권 행사·감찰을 비판한 평검사를 저격하는 뉘앙스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을 두고 평검사들이 비판을 쏟아내는 가운데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은 30일 “검찰도 자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어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형이 확정됐다”면서 지난 2007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의혹,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을 무혐의 처분한 것을 거론했다. 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등을 둘러싼 검찰 수사, 고(故) 김홍영 검사 사망 사건 등을 언급하며 “검찰의 업보가 너무 많아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부장검사는 “종래 우리가 덮었던 사건들에 대한 단죄가 뒤늦게나마 이뤄지고 있는 이때 자성의 목소리 하나쯤은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마땅히 있어야 할 자성의 목소리가 없는데 우리 잘못을 질타하는 외부에 대한 성난 목소리만 있어서야 어찌 바른 검사의 자세라 하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글을 접한 후배 검사들은 임 부장검사가 일선의 비판적 목소리를 호도한다고 주장했다. 한 검사는 댓글을 통해 “죄송하지만 제게는 물타기로 들린다. 더 죄송스러운 말씀을 드리자면 이제 부장님을 정치검사로 칭하는 후배들이 있다는 것도 기억해주셨으면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다른 검사는 “지속적인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 적극 동감한다”면서도 “다만 임은정 연구관님 혼자만 자성하고 나머지 검찰 구성원들은 자성하지 않는다는 듯한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연합뉴스

앞서 추 장관·검사 사이 충돌은 한 평검사의 글에서 시작됐다. 이환우(사법연수원 39기) 제주지검 형사1부 검사는 지난 2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내년부터 시행될 수사권 조정, 앞으로 설치될 공수처 등 시스템 변화에도 불구하고 검찰 개혁은 그 근본부터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이 검사는 추 장관을 향해 “‘역시 정치인들은 다 거기서 거기로구나’하는 생각에 다시금 정치를 혐오하게 됐다.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시권·지휘권·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낀다”며 “법적,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도 적었다.

추 장관은 이 검사의 글에 대해 다음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 검사가 연루된 의혹을 다룬 1년여 전 기사의 링크를 올리면서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다”고 썼다.

서초동 대검 청사. /연합뉴스

이같은 공방에 최재만(사시 36기) 춘천지검 공판부 검사는 같은 날 이프로스에 ‘장관님의 SNS 게시글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최 검사는 “장관님께서 이환우 검사의 글을 보고 ‘이렇게 커밍아웃해주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하셨는데, 이환우 검사가 ‘최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 개혁의 가장 핵심적 철학과 기조가 크게 훼손되었다’는 우려를 표한 것이 개혁과 무슨 관계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최 검사는 “혹시 장관님은 정부와 법무부의 방침에 순응하지 않거나 사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지 않는 검사들을 인사로 좌천시키거나 감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사직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검찰개혁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아닌지 감히 여쭈어 보지 않을 수가 없다”며 “현재와 같이 정치권력이 이렇게 검찰을 덮어버리는 것이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 역시도 커밍아웃하겠다”고 했다.

이같은 최 검사의 글에 이를 공감하는 평검사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이들은 “그 뜻을 지지한다”거나 “저 역시도 커밍아웃하겠다”, “커밍아웃하면 구린 것이 많아 두렵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무도함과 치졸함, 치열함, 그리고 반민주적인 행태에 비하면 새발의 피인 듯 하므로 커밍아웃한다”고 적었다.
/박동휘기자 slypd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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