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전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 5월 2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한 시위 참가자가 경찰과 맞서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인 4명 중 3명이 대선 당일과 그 이후 곳곳에서 폭력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지역 경찰은 폭력 사태에 대비해 인력 보강에 나섰고, 대형 소매업체 월마트는 일부 매장의 진열대에서 총기와 탄약을 치우겠다고 발표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USA투데이와 서퍽대학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선 당일(11월 3일)과 그 이후에 폭력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얼마나 우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6%가 “매우 걱정된다”고, 39%가 “다소 걱정된다”고 답했다. 즉 미국인 4명 중 3명이 대선 이후 발생할 폭력사태를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대선 당시 같은 질문에 응답자 47%만이 걱정된다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번 조사는 지난 23~27일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실제로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 폭력사태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워싱턴 시내의 대부분 가게는 모두 보안장치를 설치했다. 지난 5월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후 전국적으로 퍼진 시위에서 폭력과 약탈, 공공 기물 파손 등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에서도 임시 방벽을 설치하고, 합판으로 창문을 덮어 놓고 영업하는 가게들이 많이 늘어났다. 오리건 포틀랜드에서 의료시설을 운영하는 한 남성 역시 지난 5월 이후 매장 유리창이 세 차례나 깨졌다며, 이제 강도들을 막기 위해 철문을 설치하고 있다고 USA투데이에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로이터연합뉴스
불안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어나자 각 지역 경찰도 폭력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뉴욕시의 테렌스 모나한 경찰서장은 “이번 선거가 과거보다 더 논쟁적인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선거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수백 명의 인원을 대기시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포틀랜드시의 척 러벨 경찰서장 역시 현재 폭력 시위가 일어날 징조는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선거 기간 우리 사회에 긴장과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일 전후로 인력을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대형 소매업체 월마트도 일부 매장 진열대에서 총기와 탄약을 빼기로 했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마트 측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최근 일부 지역에서 시민 소요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직원과 고객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총기와 탄약을 진열대에서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다. 월마트는 전날 매장 관리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이같이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이 소식을 알리며 “대선이 다가오면서 시민 소요사태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USA투데이는 지난 대선에 비해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진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고 꼬집었다. 대규모 폭력 시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확대된 우편투표 등을 이유로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일어날 가능성이 큰데,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가 사기 행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과도하게 주장했다는 것이다. 또한 수차례 대선 불복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이번 불안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USA투데이는 “지난 대선에서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매우 확신한 미국인은 40%에 달했는데 이제는 23%에 불과하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