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정책 실패에 따른 전세난 등이 잠자고 있던 지방 주택 시장마저 깨우고 있다. 지방에서도 무려 5년 만에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팔려는 수요를 앞선 것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 이어 이제 지방 거주자들도 ‘부동산 블루(우울증)’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지방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0.1을 기록하며 기준선(100)을 넘겼다. 해당 수치가 100을 넘으면 매수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다. 지방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100을 넘긴 것은 2015년 12월 이후 5년여만이다. 지방 광역시는 이미 후끈 달아 오르고 있다.
<꿈틀 거리는 지방의 주요 도시>
세부적으로 보면 지난 26일 기준 충남과 전남의 매매수급지수는 각각 111.8, 110.7을 기록했다. 경북(98.2)과 경남(91.7)은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을 넘지는 못했지만 반등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5대 광역시(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 매매수급지수 또한 같은 기간 101.7로 올랐다. 다만 강원(97.0)과 충북(92.8)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충남의 경우 천안을 중심으로 뜨거운 모습이다. 지난 6·17 대책으로 인해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가운데 수도권에 인접한 천안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천안 서북구 아파트값은 지난 26일 0.34% 상승했다. 천안 아파트값은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고 있다.
충남에 이어 매수 수요가 뜨거운 것으로 나타난 전남은 지역별로 온도가 차이 나는 모습이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여순광(여수·순천·광양)’은 오름세를 유지하는 반면 목포·나주·무안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목포의 경우 아파트값이 지난 26일 기준 0.17% 내리며 경북 김천(0.22%)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로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광역시는 한 달 새 3억 올라>
이미 광역시 주택시장은 달아 오르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대구 수성구, 대전 유성구, 울산 남구가 그 주인공이다. 이른바 ‘해수유남’ 지역은 지난달부터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2~3%를 기록 중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는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달부터 이달 12일까지 3.4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 평균 상승률(0.38%)의 10배 가까운 수치다. 서울(0.06%)과 비교하면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부산 해운대구 역시 이 기간 각각 2.67% 올라 ‘집값 고공행진’이 이어졌다. 울산과 대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울산 남구는 2.49% 상승했고, 대전 유성구는 2.27% 올랐다.
개별 아파트 단지를 살펴봐도 최근 매매가 상승세가 뚜렷하다. 부산 해운대구 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157㎡는 이달 21일 18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달 초 같은 평형이 14억8,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새 3억7,000만원 상승한 것이다. 대구 수성구 수성롯데캐슬더퍼스트 전용 84.6㎡ 역시 지난달 초 7억4,800만원에 실거래됐는데 이달 들어 8억6,000만원에 주인이 바뀌었다. 대전 유성구 반석마을 3단지 호반베르디움 전용 114㎡는 한 달 새 매매가격이 1억7,000만여원 올랐다. 울산 남구 문수로 2차 아이파크1단지 전용 101㎡도 이달 1억원가량 오른 13억원에 손바뀜됐다.
한동안 잠잠하던 지방 아파트값까지 들썩이는 데는 ‘전세대란’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전국적으로 전세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내 집 마련’ 쪽으로 선회한 세입자들에 의해 매수 수요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묶인 가운데 일부 투자 수요가 지방까지 이동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권혁준·강동효기자 awlkw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