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한 낚싯배에서 승선원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제공=보령해경
충남 서해안에서 낚싯배가 교각을 들이받으며 22명의 사상자를 낸 가운데 어선 해양사고가 해마다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낚싯배는 동이 트기 전 출항하는 일정이 많아 사고위험이 높고 이른바 ‘포인트’를 차지하기 위해 질주하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도 빈번했다.
31일 중앙해양안전심판원 통계 연보에 따르면 동력어선 해양사고는 2015년 1,621건, 2016년 1,794건, 2017년 1,939건, 2018년 2,013건, 지난해 2,134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디.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사람은 2015년 81명, 2016년 103명, 2017년 100명, 2018년 89명, 지난해 79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이번 사고처럼 낚시객을 태우고 영업을 하다 난 사고는 2017년 235건, 2018년 232건, 지난해 278건으로 나타났다.
사고 원인으로는 경계 소홀이나 선내 안전 수칙 미준수 등 부주의가 가장 많이 꼽힌다. 지난 5년 동안 해양안전심판원이 재결한 어선 사고 564건 가운데 운항 과실에 따른 사고가 76.2%(430건)를 차지했다.
낚시객들은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새벽 물때를 노리기 위해 칠흑같이 어두운데도 출항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도 사고 선박인 9.77t급 푸른바다3호는 해가 뜨기 전인 오전 4시 50분께 낚시객 22명을 태우고 출항했다. 이후 오전 5시 40분께 충남 태안군 안면도와 보령시 원산도를 잇는 원산안면대교 교각을 들이받았다.
31일 오전 5시 40분께 충남 서해상에서 낚싯배가 들이받은 원산안면대교 교각.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을 당했다./연합뉴스
사고 당시 선장이 음주 상태는 아니었고, 해상에 안개가 짙지 않았던 점을 토대로 해경은 선장이 어둠 속에서 빠르게 배를 몰다 미처 교각을 보지 못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사고로 A(62)씨 등 3명이 숨지고 19명이 크고 작게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낚시 등 해양 레저는 오히려 성업 중이다. 보령해경에 따르면 올해 9∼10월 보령 앞바다를 찾은 낚시객들은 지난해보다 7%가량 증가했다. 9월 초·중순에는 주꾸미 낚시객이 몰리면서 한때 지난해보다 37% 늘어나기도 했다.
그만큼 크고 작은 사고가 빈발한다. 전날 오전에는 조업 중이던 1t급 선박과 3t급 선박이 충돌해 선장들이 다쳤고, 지난 18일에는 18명이 탄 낚싯배가 암초에 부딪혀 해경에 구조됐다.
해경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답답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바다 활동을 즐기러 많이 나오는 것 같다”며 “최근 낚시 관련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등 낚시가 레저활동으로 주목받아 낚시객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은 물고기가 많이 잡히지 않는 ‘사리’라 평소 같으면 낚시객이 몰리지 않는 때”라며 “하지만 올해는 사리에도 많은 이들이 낚시를 즐기러 출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동휘기자 slypd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