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콤’ 이미지 벗어라…속도 내는 이통사들의 탈(脫)통신 행보

본업 ‘텔레콤’ 지우기 나선 이통사…탈통신 선언 본격화
통신업 성장 정체성 한계 판단…비통신 사업 정조준
코로나 19가 가져온 디지털 전환 변화에 통신사들도 대응




국낸 이동통신 3사가 ‘텔레콤’ 지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통사 수장들이 앞다퉈 ‘탈(脫)통신’ 선언을 하고 있고 지금까지 이통사들의 정체성이었던 ‘텔레콤’을 사명에서 빼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본업인 ‘통신’ 사업이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통사들이 ABC(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등 비통신 사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산업 변화가 가속화 되는 가운데 이통사들의 사업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구현모 KT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경영진 간담회’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KT 성장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KT
1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통사들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통신사업에서 비통신 사업으로의 무게중심 이동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구현모 LG유플러스(032640)는 케이블업계 1위 LG헬로비전(구 CJ 헬로)을 인수하는 등 미디어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5세대(5G) 기반 무인지게차와 물류로봇 등을 국내 이통사 최초로 최근 열린 로봇 전시회인 ‘2020 로보월드’에 선보이는 등 이른바 ABC를 기반으로 한 기업간 거래(B2B)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비통신 사업 강화로 LG유플러스의 3·4분기 영업이익은 두자릿수 이상의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IBK투자증권은 LG유플러스의 3·4분기 연결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7% 증가한 3조3,630억원, 영업이익은 54.49% 상승한 2,410억원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도 매출액은 같은 기간 6.8% 늘어난 3조 3,689억원, 영업이익은 45.7% 성장한 2,280억원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디어 플랫폼 사업 강화 차원에서 인수한 헬로비전과의 시너지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사실 올 들어 지난 2·4분기까지 헬로비전의 실적성장이 정체되면서 LG유플러스와 큰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했다. 실제 헬로비전의 2·4분기 실적은 디지털 방송 가입자 이탈 등으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4%, 영업이익은 1.3% 각각 줄었다.


이통사들이 앞다퉈 탈통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기존 통신 사업만으로로는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통신 사업 부문은 안정적 캐시카우 역할을 당분간 하겠지만 내수시장의 한계로 인한 성장성은 정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5G 설비를 위한 막대한 투자금이 나가고 있는 상황에 각종 정부 규제와 통신료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로 현재 이통 3사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 지난 2·4분기 기준 3만1,000원 안팎 수준으로 정체된 모습이다.

여기에 코로나 19로 인한 디지털화가 속도를 내면서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등을 활용한 비통신 분야가 화두로 떠오른 점도 이통사들의 탈통신 발걸음을 빠르게 하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비통신 신사업 부문은 어디까지 성장할지 예측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잠재 성장성이 큰 곳”이라며 “코로나 19 이후 더욱 빨리진 디지털 혁신의 기반으로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를 활용한 사업 분야에서 상당한 수익이 창출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이통사들을 이제는 통신사가 아닌 종합 ICT 기업으로 봐야 한다”며 “앞으로 이통사들은 비통신 분야에서 다양한 수익화를 실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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