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SCI평가정보(036120) 인수가 결국 불발됐다. 이른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개인 신용조회(CB)업체들의 몸값이 크게 오르자 가격 협상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SCI평가정보 측은 새로운 원매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SCI평가정보와 경영권 인수 협상을 중단했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인수를 검토했지만 최근 관련 일정을 모두 중단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인수를 재추진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 측이 인수를 추진한 SCI평가정보는 금융거래에 필요한 개인신용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로 NICE평가정보와 코리아크레딧뷰로에 이은 국내 3위 사업자다. 부동산 개발 업체 진원이앤씨와 특수관계인이 지분 56.41%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신용평가사인 SCI서울신용평가가 SCI평가정보의 자회사다. 토스와 같은 핀테크 기업이 단순 결제사업을 넘어 대출상품 판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개인 신용평가 정보가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SCI평가가 토스 입장에서는 맞춤형 매물이었던 셈이다.
토스가 최근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인수 추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로 토스는 지난 7월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PG)사업부를 3,600억에 최종 인수하면서 ‘페이(pay) 사업’에 뛰어들었다. 또 지난 8월에는 세콰이어차이나와 알토스벤처스 등 기존 투자사를 상대로 1억7,300만달러(약 2,000억원)를 추가 유치해 실탄을 확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측의 협상은 최근 SCI평가정보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지난 8월 데이터3법 시행 이후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의 개인 신용 정보 수요가 확대하면서 SCI평가정보를 비롯한 관련 업체들의 몸값이 올라갔다. 여기에 금융 사업에 뛰어든 네이버와 NHN, 토스 등 대형 전략적투자자(SI)가 인수 후보로 거론되며 주가가 껑충 뛰었다. 연초 주 당 2,000원대에 머물렀던 SCI평가정보의 주가는 최대주주 지분 매각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때 6,940원까지 올랐고 최근에는 5,5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불과 1년 만에 회사 몸값이 2배 이상 뛰면서 매도자와 매수자의 시각차도 커진 것이다.
유력한 후보였던 토스와의 매각 협상은 불발됐지만 최대주주 측은 지분 매각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지난 9월 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최대주주가 일부 지분매각에 대한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3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