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당원투표 내세워 대국민 약속 파기 계속할 건가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및 당헌 개정 여부를 결정하는 전당원투표를 1일까지 실시했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 96조 2항에 ‘단, 전당원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추가해 후보를 낼지 말지를 묻는 투표였다. 민주당은 투표 결과를 2일 발표할 계획이지만 결과는 뻔하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당원투표에 앞서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며 사실상 입장을 정리한데다 투표문항 자체도 ‘후보자를 추천하고자 한다’고 돼 있어 이변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민주당의 ‘무공천 당헌’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9월 당 대표로 있을 때 만들어졌다. 문 대표는 당헌을 만든 직후 경남 고성군수 재선거 유세 현장에서 귀책 사유가 있는 정당의 무공천을 강조하며 “새누리당이 책임져야 한다.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밀어붙이면서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4·15총선 직전에 전당원투표를 통해 이를 뒤집었다.

집권당이 이런 꼼수를 쓰고도 총선에서 압승했으니 국민을 또 쉽게 속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017년 당 대표를 지낼 때 자유한국당이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 무공천 방침을 번복하자 “후안무치한 행태”라면서 유권자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자치단체장의 성 추문 의혹 등과 관련해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선에서 무공천 약속을 깨는 것은 더욱더 부끄러움을 모르는 처사다. 당의 이익만을 좇아 진정한 사죄도 없이 대국민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다면 유권자의 엄중한 심판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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