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은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6년 동안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서도 9월까지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2.9%나 줄어들었고 약 2,500억원의 생산손실까지 입었다. 게다가 한국GM은 2018년 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국민 세금인 공적자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노조는 고통 분담 약속을 내팽개치고 임금 수준과 복지 혜택을 늘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주문이 늘어나는 등 모처럼 맞은 수출 호재마저 스스로 걷어차는 격이다. 이러다가는 연초에 목표로 삼았던 ‘흑자 전환의 원년’ 달성은커녕 적자 누적의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크다. 오죽하면 협력사들이 “부도 등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파업 중단을 호소하고 나섰겠는가.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력과 생산설비를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폭스바겐 노사는 협약 유효기간을 연장했고 도요타는 연공서열제를 폐지하는 대신 임금 인상폭을 성과로만 결정하는 신임금제도 도입에 합의했다. 회사가 벼랑 끝에 내몰려도 당장 임금을 올려달라며 파업이나 벌이는 우리와 대비된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최근 “생산 갈등이 길어지면 GM 본사도 생산물량 배정을 중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위기의 늪에 빠져서도 노조가 조직이기주의만 앞세우면 되레 회사도, 일자리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