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 샤넬이 국내 판매 가격을 5개월여만에 또 올렸다. 대표 핸드백인 클래식 백(맥시 사이즈 기준)은 21만원이 올라 1,000만원을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소비 부진에도 오히려 명품은 재고 부족에 시달릴 정도로 인기가 높자 수시로 가격을 올리며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샤넬 공식홈페이지에 따르면 샤넬은 핸드백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2% 내외 인상했다. 이번 인상으로 샤넬의 대표 핸드백 ‘클래식 미디움’은 846만원에서 864만원, 클래식 라지는 923만원에서 942만원으로 각각 2.1%씩 올랐다. 특히 샤넬 클래식 맥시 사이즈 가방은 993만원에서 1,014만원이 되며 1,000만원대 가방에 등극했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보이 샤넬 미디움’도 657만원에서 671만원으로 2.1% 상승했고, 클래식 라인의 지갑 등 소품류도 5% 내외로 가격이 올랐다.
앞서 샤넬은 지난달 7일 영국과 일본 등에서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조만간 국내 가격도 올릴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주요 백화점 명품관 일대에 오픈런(백화점 개장 전에 매장에 달려가는 것) 대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실제 인상 직전인 지난 주말에는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신세계백화점 본점 등 주요 샤넬 매장에 오픈 시간 전부터 100여명 넘는 인파가 몰렸다.
이번 인상은 지난 5월에 이어 5개월 만이다. 앞서 지난 5월 인상 때도 지난해 10월에 이어 7개월여만에 이뤄져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지난 5월 샤넬은 국내 판매 상품 가격을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130만원까지 올렸다.
샤넬뿐만 아니라 올해 명품 브랜드들은 코로나19에도 가격 인상 릴레이를 지속했다. 상반기에만 루이비통이 두 차례 인상을 단행했고, 디올은 7월에 이어 9월에 한 차례 더 기습 인상했다.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 이유에는 △본사의 가격 정책 △환율 △원가 상승 △인건비 상승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올해는 감소한 매출과 이익을 만회하기 위한 인상 가능성이 가장 높다. 올해 1~6월 세계 최대 명품기업인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의 매출액은 184억 유로로 2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5억 유로로 71% 급감하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특히 명품은 가격은 올려도 매출이 크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19 충격을 가격 인상으로 상쇄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과시적인 목적으로 하는 소비이기 때문에, 경기와 소비 침체 등에 영향받지 않지 않고 오히려 가격이 오를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가 통한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을 못가면서 면세점에서 구매했던 명품 수요가 백화점으로 쏠린 것도 한몫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들어 백화점 전체 매출은 지난 7월까지 매달 마이너스 신장률을 기록했지만, 명품의 매출은 지난 3월을 제외하고 매달 증가세를 보였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수석연구원은 “명품 브랜드는 가격을 매년 인상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에게 제품 가격은 곧 브랜드 가치와 직결되기에 적절한 시기에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며 “가격 인상이 곧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행위가 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인상된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해도 일부 인기 품목은 재고가 거의 없어 소비자들은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다. 샤넬코리아는 매일 ‘오픈런’이 연출될 정도로 수요가 폭발하자 10월7일부터 인기 상품에 대한 실시간 재고 알림도 중단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