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풍부한 시중의 유동성에 힘입어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발행이 잇따라 공모에 성공하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로 사모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공모 메자닌 발행이 기업 자금조달의 새로운 공식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모 메자닌 발행의 성공사례가 늘고 있다. 메자닌은 발행 회사가 부도가 나지 않는 한 투자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주가가 오를 경우 주식전환 후 매도함으로써 차익도 얻을 수 있는 상품으로 CB와 BW·교환사채(EB) 등이 있다.
지난달 28~29일 청약을 진행한 EDGC의 CB 발행에는 600억원 공모에 총 1조8,596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EDGC는 유전체분석·액체생검사업을 영위하는 코스닥 상장사로 바이오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공모 CB 발행에 나섰다. 청약 직전까지만 해도 전환가액보다 낮은 주가로 공모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청약 경쟁률이 30대1을 넘어서며 부진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
앞서 티웨이홀딩스가 지난달 19~20일간 진행한 BW 공모에도 300억원 공모에 3,441억원이 몰리며 11.5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환가액이 청약 당시 주가보다 3% 정도 낮은 수준이었음에도 예상보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부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메자닌의 공모발행이 늘고 있는 배경에는 풍부한 유동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저금리 기조와 횡보를 거듭하는 주가로 인해 메자닌 투자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공모 사채마다 많은 자금이 몰리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가파른 증시 회복으로 현대로템 등 메자닌 투자로 재미를 본 성공사례가 전해진 것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누적 메자닌 발행액은 5조6,10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메자닌 발행액인 5조3,900억원을 넘어섰다. 다수 투자자들은 기업의 현금조달 필요성이 커진 4월과 6월에 메자닌을 사들여 5월과 8월에 풋옵션을 행사해 재미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사채를 발행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사모펀드 사태로 사모 상품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며 개인투자자에게 메자닌의 인지도가 높다면 공모발행 역시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대안이 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시장의 유동성에 힘입어 당분간 메자닌 발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태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도 증시가 크게 하락하지 않으면 BBB등급 이하 기업들의 조달금리 절감 및 자본확충 유인으로 메자닌 발행이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