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거래액 20조원, 업계 1위를 달성하겠습니다.” 전통 유통 강자 롯데쇼핑(023530)은 올해 4월 말 7개 유통 계열사를 통합한 온라인몰 ‘롯데온(ON)’을 선보이며 국내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롯데의 지난 6개월간의 e커머스 진출기를 점검한 결과 월 실사용자수(MAU)는 쿠팡의 5%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규모 할인 이벤트인 ‘롯데온세상’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오프라인 점포를 온라인 물류 시설로 전환하는 등 온라인 중심으로 체질개선을 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후라 유의미한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2일 서울경제가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의뢰해 국내 주요 e커머스 애플리케이션들의 MAU를 분석한 결과 9월 기준 쿠팡이 MAU 1,991만명으로 1위에 오른 가운데 롯데온의 MAU는 86만명에 그쳤다. 이는 쿠팡의 약 4.3%에 불과한 수치로 기존 e커머스 앱들인 11번가(865만명), 위메프(555만명) 등에 훨씬 못 미친다. 심지어 같은 오프라인 유통 강자로 비슷한 시기 e커머스에 진출한 신세계의 쓱닷컴(SSG.COM, 138만명)의 60% 수준이다. 특히 롯데온 론칭 직후인 5월 96만명이었던 MAU는 9월 86만명으로 줄었다. 약 10만명이 이탈한 셈이다.
롯데온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6년 전부터 설파한 ‘옴니채널(omni channel)’의 결정판으로 신 회장은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의 경계는 이미 허물어졌다”며 롯데그룹의 미래 방향으로 ‘옴니채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신 회장이 밝힌 ‘뉴 롯데’를 완성하기 위한 쇼핑 부문의 전제 조건인 롯데온은 초기 잦은 이용장애로 소비자 잡기에 실패했다. 실제로 롯데온은 당초 4월28일 오전10시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각종 오류로 2시간이 훌쩍 지난 뒤 정상 운영됐다. 또 롯데온 부활을 위해 100억원을 투입한 행사 기간인 지난달 26일 저녁에도 약 2시간 동안 장애가 발생했다. 롯데온 측은 “대규모 할인 이벤트 때문에 접속자 수가 평소보다 50% 이상 많아져서 나온 예기치 못한 장애”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다른 앱들보다 현저히 적은 이용자 수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술 수준을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로켓배송, 네이버쇼핑은 검색플랫폼 등의 장점이 있지만 이들 앱은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서버 장애 없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며 “플랫폼의 핵심은 사용자 편의성인데 롯데온은 그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 유통업계에서 하던 것처럼 대규모 물량이나 할인 혜택만으로 차별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롯데온은 3,9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롯데 멤버스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초(超) 개인화’ 전략을 지향했지만 뚜렷한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쇼핑판 넷플릭스’를 지향하며 검색 없는 쇼핑몰을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1대1 전략에 실패했다는 게 중론이다. 롯데온 앱에서 개인 추천 상품들을 보여주는 ‘내 관심’ 탭이 오늘ON·타임딜·장보기 등에 이어 9번째에 자리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사용자환경(UI)을 갖추고 있다. 일부러 카테고리를 여러 개 넘겨 보지 않는 이상 개인 추천 서비스를 제공받는지 알기 힘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롯데의 유통 계열사 간 통합을 목표로 출범했지만 곳곳에서는 시너지 효과는커녕 계열사 앱보다 시장 파급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9월 롯데온 MAU 86만2,243명은 롯데홈쇼핑(260만3,569명) 대비 30% 불과한 초라한 성적표로 3조원 투자를 무색하게 했다. 이 때문에 롯데온에 입점한 셀러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셀러는 “롯데닷컴 시절에는 한 달에 주문이 30~40건은 들어왔는데 롯데온에서는 절반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계열사 간 실질적 통합이 되지 않아 그룹 시너지는 더욱 요원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최근 유통업계가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라이브 커머스’도 롯데온과 롯데하이마트·롯데면세점 등 계열사가 제각각 진행하고 있어 고객 주목도가 떨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 계열사 중 그나마 실적이 나은 롯데홈쇼핑과 롯데하이마트는 롯데온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자체 플랫폼 매출이 오히려 롯데온보다 좋은 곳은 롯데온 참여에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백주원·김보리기자 jwpai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