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서울경제DB
앤트그룹 상장을 사흘 앞두고 창업자인 마윈이 중국 금융당국에 ‘웨탄(約談)’을 당했다. 웨탄은 중국 정부기관이 감독 대상인 기업이나 개인을 불러 비공식 회의를 열고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으로, 사실상 질책이자 주의 당부다. 형식은 한국에서의 정부와 기업 간담회와 비슷한데, 중국 웨탄은 의견전달이 일방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중국 증권감독위원회는 2일(현지시간) 마윈을 웨탄했다고 웨이신을 통해 밝혔다. 이날 마윈을 부른 감독 당국은 증감위 외에 인민은행, 은행보험감독위원회, 외환관리국 등도 포함됐다. 앤트그룹은 오는 5일 상하이와 홍콩에 동시상장할 예정인데 이를 사흘을 앞두고 마윈을 부른 것이다. 이날 웨탄에는 앤트그룹 회장인 징셴둥과 최고경영자(CEO)인 사이먼 후도 참석했다.
이날 모임에서의 발언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웨탄의 성격상 마윈과 앤트그룹 경영진에 대한 요구사항이 전달됐을 것으로 보인다. 앤트그룹은 성명에서 “이날 이뤄진 논의를 최대한 실행하겠다”며 “꾸준하게 혁신하고 감독을 잘 따르고 실물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납작 엎드렸다.
갑작스러운 마윈에 대한 웨탄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윈의 최근 발언이 당국의 심기를 거스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달 상하이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현재도 중국 금융이 (담보와 보증이 절대적인) 전당포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금융시스템에는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정부 규제를 비판했다.
그의 지적은 중국 금융감독이 규제 일변도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혁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의미한다. 이는 금융을 포함해 중국 전 사회의 관존민비 시스템에서 보편적 현상이다. 하지만 하필 최근 잇따라 혁신을 강조한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수뇌부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마윈 개인에 대한 중국 금융당국의 불만도 작동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으로 거대한 부를 이룬 마윈이 아이러니하게 정부 규제를 비판하는 상황이다. 마윈도 공산당 당원이다.
현지 소식통은 “마윈에 대한 웨탄을 공식 발표한 것은 결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관리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