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을 앞두고 우편투표를 서두르는 미국 유권자들./UPI연합뉴스
올해 미국 대선에서 사전투표자 수가 1억명에 육박하면서 출구조사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빗나간 예측치로 망신을 당했던 주요 미 방송사들은 컨소시엄을 꾸려 충분한 보완장치를 마련했다는 입장이지만 유례없이 증가한 사전투표가 정확히 반영되기 어렵다며 최종 결과를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는 반론도 거세다.
선거 예측 사이트 ‘미국 선거 프로젝트’에 따르면 2일 오후9시40분(동부시각) 기준 9,870만8,297명의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마쳐 역대 최고인 4년 전 4,700만명의 배를 넘었다. 우편투표 참여자가 6,298만7,467명, 사전 현장투표자가 3,572만830명이다.
이번 대선에서 CNN·ABC·CBS·NBC 등 미 주요 방송사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여론조사 업체 에디슨리서치를 통해 출구조사를 진행한다. 이들 방송사는 이미 상당수가 사전투표를 한 상황에서 기존처럼 선거 당일 출구조사는 전체 유권자에 대한 정확한 척도가 못 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조기 현장투표와 우편투표에 대한 예측치도 출구조사에 반영하는 등 기존의 방법론을 수정했다고 CNN과 ABC방송은 보도했다.
미 언론은 지난 2000년 16%, 2016년 42%이던 전체 투표자 대비 조기투표자 수가 올해는 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CNN은 “노스캐롤라이나·플로리다·텍사스 같은 중요한 주에서 조기현장투표자의 큰 비중을 설명하기 위해 지난 한 달간 8개 주의 조기투표소를 임의로 선정해 선거일에 했던 것과 같은 직접 인터뷰를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주 투표소의 조기투표 행렬./EPA연합뉴스
반론도 만만찮다. 선거전문매체 파이브서티에잇(538)은 “대유행 관련 변화가 출구조사를 더욱 신뢰할 수 없도록 만들고, 올해는 (결과를) 오도할 수 있다”며 “538은 적어도 선거일 밤까지는 출구조사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538은 “출구조사 수치는 선거일 밤에 바뀔 수 있다. 특히 오후5시께 나오는 조기 출구조사는 불완전하기에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유행은 다른 여론조사에 비해 출구조사의 이점인 실제 유권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능력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선거일에 직접 투표하는 사람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11월3일 투표자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더 많을 가능성이 크기에 선거 당일 출구조사는 신뢰할 만한 추정치를 주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출구조사가 사전투표자도 포함하도록 보완했다는 방송사 입장에는 “전화조사 등 사전투표 조사는 전통적인 출구조사보다 정확성을 얻기 훨씬 어렵기에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전화조사는 투표했다고 주장하는 응답자가 실제로 그런지를 추측해야 하는 찝찝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누가 이길 것인지를 묻는다면 결코 출구조사를 추천하지 않는다”며 “시간이 걸려도 최종 결과를 기다리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