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앤트그룹이 운영하는 알리페이 상하이 사무실 모습./로이터연합뉴스
5일 중국 상하이증시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하는 중국 앤트그룹에 ‘규제 리스크’가 불거졌다. 중국 정부가 창업자 마윈의 비판적 발언을 핑계 삼아 앤트그룹에 대한 규제에 나선 것이다. 정부의 통제하에 있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투자위험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웨이신(중국의 카카오톡)을 통해 전날 앤트그룹 창업자이자 사실상의 총수인 마윈과 함께 징셴둥 앤트그룹 회장, 후샤오밍 최고경영자(CEO)를 ‘웨탄(約談)’했다고 밝혔다.
웨탄은 중국 정부기관이 감독 대상인 기업 관계자들이나 개인을 자의적으로 불러 질책하고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이다. 한국의 정부와 기업 간담회와도 비교되지만 웨탄은 일방적인 지시와 함께 회의 내용도 비공개라는 점에서 국가자본주의 성격의 중국에서 이른바 정부의 기업에 대한 ‘군기 잡기’ 성격이 강하다.
마윈은 중국의 최대 부호이자 최대 인터넷 기업의 사실상 총수인데 이마저도 당국에 쉽게 좌지우지된다는 것이다. 이날 마윈 등에 대한 웨탄에는 증감위 외에 인민은행·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외환관리국 등 중국 금융당국이 총출동했다.
시장에서는 이에 대해 중국 정부가 마윈이 최근 도발적인 어조로 금융당국의 정책을 정면 비판한 것을 문제 삼았다고 보고 있다. 마윈은 지난달 24일 상하이의 와이탄금융서밋 연설에서 당국이 ‘위험 방지’를 앞세워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마윈은 이날 “중국 금융이 (신용이 아닌 담보와 보증이 절대적인) 전당포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왕치산 국가 부주석, 이강 인민은행장 등 금융 최고위 당국자들이 대거 참석했었다. 마윈의 발언에 대해 ‘역시 마윈’이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민간금융의 지나친 팽창을 억제해야 한다는 중국 당국 내 반발도 커졌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중국 정부는 최근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금융안정위원회는 1일 회의를 열고 “민간기업의 금융혁신을 장려한다”면서도 “금융위험 방지를 계속 정책 최우선 순위에 놓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앤트그룹의 사업 분야가 은행·증권·보험 등 기존 금융영역을 타파한 새로운 핀테크 산업인데 이를 자유롭게 놓아두지만은 않겠다는 것이다.
마윈이 소환된 날 금융당국은 앤트그룹의 주력 사업인 소액대출사업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새 법안도 입법예고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앤트그룹과 같은 인터넷대출 업체들은 고객 한 명에게 최대 30만위안(약 5,100만원) 이상의 대출을 해줘서는 안 된다. 30만위안 미만이라도 한도액이 고객 연평균 연봉의 3분의1 이하여야 한다. 아울러 은행당국으로부터 별도의 승인을 얻지 않는 이상 등록된 성 지역 외부의 고객에게 영업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앤트그룹은 이날 심야에 내놓은 성명에서 “당국의 관리·감독을 전면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납작 엎드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방안들이 앤트그룹의 주력 사업인 인터넷대출 분야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여서 상장 후 주가 흐름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앤트그룹은 5일 홍콩과 상하이에 동시 상장해 세계 최대인 345억달러 규모의 IPO를 추진하고 있다.
케빈 궉 샌포드번스타인 분석가는 “규제 리스크가 앤트그룹의 최대 리스크”라며 “이런 뉴스들이 앤트 IPO 투자에 대한 새로운 우려를 일깨웠다”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