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세계1위 주역' 이상완 前 삼성전자 사장 별세

선발 日업체 따라잡기 위해
11.3″ 아닌 12.1″로 차별화
'대형TV 수요 확대' 내다보고
소니와 대형 합작법인 설립도

이상완 전 삼성전자 사장

‘액정표시장치(LCD) 세계 1위’ 신화 창조의 주역 이상완(사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3일 별세했다. 향년 70세.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고,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지난 1976년 삼성전자에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이후 1993년부터 2008년까지 15년간 삼성전자에서 LCD 사업부를 이끌며 한국이 세계 LCD 시장의 선두주자로 나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당시 업계에서는 고인을 ‘미스터 LCD’라고 부르기도 했다.


‘12.1인치 패널 표준화’는 고인이 이룩한 대표적 업적이다. 1995년 당시 LCD 시장을 주도했던 일본의 주요 업체들은 11.3인치를 내세우고 있었다. 고인은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가 기존 일본 규격을 뒤쫓아가서는 앞설 수 없다는 판단에 과감하게 차별화를 시도했다. 11.3인치를 건너뛰고 12.1인치를 표준 크기로 추진한 것이다. 이는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도시바를 비롯한 세계 정상급 노트북 제조사에 LCD 패널을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10인치 이상 LCD 패널 세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후 삼성전자는 15·17·19·23·26·32의 표준화를 주도했고 40인치에서도 표준화의 기초를 닦았다.

고인은 대규모 투자로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자리를 지키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대형 TV’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2004년 4월 삼성전자와 일본 소니의 대형 LCD 합작법인 ‘S-LCD’ 설립을 주도한 게 그 예다. S-LCD는 2005년 세계 최초로 7세대(1870×2200㎜) 패널을 양산했고 2007년에는 8세대(2200×2500㎜) 패널도 최초 생산했다.

LCD 사업을 세계 1위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은 고인은 2003년 7월 업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장에 추대됐고 2005년에는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에서 공로패를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명희씨와 1남 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6일 오전7시.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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