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회피용 '10조 매물폭탄' 피했다

대주주 기준 10억 유지
연말 매도물량 2조로 줄어들 듯
"동학개미들 위력 다시 한번 확인
가족합산 유지는 불합리" 지적도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연말 증시의 큰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모습이다. 올해 ‘동학개미’ 붐이 발생하면서 사상 최대의 개인자금이 증시에 유입된 만큼 연말에 최대 10조원의 양도세 회피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는 미국 대선 외에도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혔다. 이번 결정으로 공매도 기간 연장, 양도세 과세 기준 5,000만원으로 상향 등의 결정을 이끌어낸 ‘동학개미의 힘’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주식 양도세 대주주 조건 유예 조치에 대해 안도와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매년 연말을 기준으로 대주주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12월이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들이 1조~ 5조원의 순매도를 보인다. 올해는 특히 증시에서 개인 순매수 금액이 6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지난해 말 기준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하향될 경우 ‘매물폭탄’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초 예정대로라면 올해 최대 10조원의 양도세 회피 매도 물량이 쏟아질 우려가 있었다”며 “이번 결정으로 투자자들이 대주주 지위를 피하기 위한 거래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돼 시장도 안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위원은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약 4조8,000억원의 개인 매물이 쏟아졌지만 올 12월에는 개인들의 순매도가 완화돼 약 2조원 정도로 순매도 물량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개인들의 연말 순매도는 대주주 기준 금액이 하향 조정되는 시점에 더 거셌다. 대주주 기준이 20억원에서 15억원으로 낮아진 지난 2017년 12월에는 5조1,314억원,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아진 2019년 말에는 4조8,230억원의 매물이 나왔다. 예년에는 약 1조5,000억원 안팎의 순매도를 보인다. 박세익 인피니티투자자문 전무는 “앞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표를 예고할 때 이미 시장은 눈치를 채고 종목별 수급에 일부 선반영이 됐다”며 “종목당 10억원 정도라면 투자자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고, 자신의 대주주 지위 여부를 파악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이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여전히 특수관계인의 보유종목을 합산해 과세하는 방식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종목당 3억원으로 양도세 부과 금액을 낮추는 대신 기존의 직계존비속 보유 금액 합산 방식에서 인별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었지만 결국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23년 전면 양도세 과세 전까지 양도세 과세의 불확실성을 제거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조부·손자의 주식을 합쳐 대주주를 판단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으로 ‘동학개미’의 위력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정부는 앞서 2023년 전면 양도세 과세를 결정하면서 면세 기준을 2,000만원으로 하려다 동학개미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주식 투자자들의 기를 꺾지 말라’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이는 5,000만원으로 상향조정됐다. 9월 중순 종료될 예정이었던 공매도 금지 조치도 6개월간 추가로 연장됐으며, 공모주 배당 물량 확대 방안도 금융당국이 검토 중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올해 증시에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정치권에 막강한 이해집단으로 부상했다”며 “개인투자자들의 여론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합리성이 결여된 주장에 끌려다니는 부작용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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