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기선 '현대重=굴뚝' 지운다…'바이오·수소·AI' 진두지휘

‘오너3세’ 정기선, 미래위원회 맡아
조선 기반 수소 생태계 확장 이어
아산병원과 의료 빅데이터 구축
AI는 현대로보틱스와 협업 전망
정기선시대 '뉴 현대重' 속도낼듯


“중후장대(重厚長大) 기업이 그런 사업까지 하느냐고 말할 정도로 새로운 사업, 현대중공업이 잘할 수 있는 신사업을 내놓아야 합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과거 신사업 발굴을 주문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기존 ‘업(業)’의 한계를 깨야 하는 산업 전환기에 이르렀다는 취지였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이에 대한 답으로 ‘바이오’와 ‘인공지능(AI)’, 그리고 ‘수소·에너지’를 제시하고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267250) 부사장에게 신사업들을 총괄하도록 했다.

신사업 부문별로 바이오 사업은 서울아산병원과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병원운영 노하우와 진료 기록, 전문의의 자문내용 등으로 의료 빅데이터를 구성해 서비스 질 향상을 원하는 의료 기관이나 희귀 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한 신약 개발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AI 사업은 로봇 계열사인 현대로보틱스가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보틱스는 최근 산업 현장에서의 AI 적용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그룹사들과 공동으로 맞춤형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수소를 비롯한 에너지는 그룹의 ‘기둥’인 조선업을 기반으로 한 사업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이달 발표된 ‘대형 액화수소 운반선’ 개발의 경우다. 한국조선해양(009540)은 액화수소 안전 보관·운송 시스템과 연료전지를 활용한 수소 증발가스 처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현대미포조선은 선박 기본 설계를 맡았다. 수소 경제의 한 축이 될 ‘수소 운송’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의 주유소 인프라를 ‘종합 에너지 충전소’로 전환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25년까지 기존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한 수소충전소를 80개소 운영하고 2030년에는 최대 180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오너 3세인 정 부사장이 신사업 전반을 직접 챙기는 것도 그만큼 현대중공업그룹이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중공업은 이른바 ‘굴뚝산업’으로 불리는 전통산업의 경쟁력을 앞세우며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를 빠르게 따라잡았다. 기존 사업 영역에 발을 딛고 있지만 ‘전략적 민첩성(strategic agility)’으로 무장하고 미래형 기술과 사업 영역에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정 부사장이 신사업 총괄 업무를 맡으면서 경영 수업을 받는 ‘후계 예정자’가 아니라 경영을 하는 ‘후계자’로 부상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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