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 능침 앞에는 정자각과 그 뒤로 선릉역 일대 빌딩숲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빌딩에 둘러싸인 삼각형의 초록 섬과 같은 서울 강남구 선정릉은 정식 명칭이 서울 선릉과 정릉(사적 제199호)이다. 선릉은 조선 제9대 왕인 성종과 계비 정현왕후를 모신 능이고 정릉은 성종과 정현왕후의 아들인 중종의 능이다. 숲이 우거진 산책로를 걷다 보면 길은 자연스레 정릉, 선릉 순으로 연결된다. 소나무 군락지인 정현왕후 능을 넘어 단풍으로 물든 성종의 능까지 이어진 길은 도심의 바쁜 일상에 쉼표 같은 시간을 제공한다. 해 질 녘 선릉과 정릉 돌담길을 따라 봉은사까지 걷는 길도 운치 있다. 봉은사는 중종 계비인 문정왕후가 선릉과 정릉의 수호사찰로 삼은 곳이다. 퇴근 후 선정릉을 산책하고 나서 인근 북카페 ‘최인아책방’에 들러 느긋한 독서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도산공원 동문 쪽에 있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동상.
강남구 도산공원은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곳이다. 지난 1973년 망우리 공동묘지에 안장된 선생의 유해와 로스앤젤레스에 안장된 부인 이혜련 여사의 유해를 옮겨와 합장했다. 도산공원 내 주요시설로는 그의 업적을 기리는 도산안창호기념관과 도산 선생 내외 묘소, 동상, 어록비 등이 있다. 묘소를 중심으로 원형 산책로를 조성했는데 규모는 작지만 숲이 우거지고 화단이 있어 휴식을 취하기 좋다. 점심시간에는 인근 직장인의 산책 코스로, 저녁에는 주민들의 운동 코스로 애용되고 있다. 도산공원 정문 앞 은행나무 가로수길은 도산 선생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에서 독립운동한 것을 기념해 ‘리버사이드길’이라 부른다. 길에는 프랑스 명품 서적 브랜드 애슐린의 책을 전시·판매하는 북카페 ‘애슐린라운지’와 도산대로의 랜드마크 ‘호림아트센터’, 코리아나화장품이 운영하는 ‘스페이스 씨’, 여행서적 전문 북카페 ‘현대카드 트래블라이브러리’ 같은 문화공간도 자리하고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반포한강공원 인근 반포 허밍웨이에 심어진 벚나무 가로수가 붉게 물들었다.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은 반포대교를 중심으로 한남대교와 동작대교 사이에 있는 강변공원이다. 교통의 요지인 고속터미널역과 동작역이 가까워 인근 주민과 직장인뿐 아니라 수도권 주민, 외국인도 즐겨 찾는다. 축구장과 농구장·놀이터 등의 체육시설과 요트·모터보트·수상스키 같은 수상레저시설을 갖추고 있고 반포대교 옆 세빛섬은 수상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됐다. 세계 최초로 부체(浮體) 위에 건물을 짓는 플로팅 방식을 적용한 세빛섬은 가빛섬·솔빛섬·채빛섬 3개의 섬과 영상을 상영하는 예빛으로 이뤄져 있으며 섬들은 부교로 연결돼 있다. 늦은 시간 세빛섬에 가면 서초·동작·용산·여의도 스카이라인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반포대교와 동작대교 중간에 있는 ‘서래섬’과 도보 전용길인 ‘반포 허밍웨이’도 함께 걷기 좋다.
우면산 등산로는 완만한 경사로가 정상까지 쭉 이어져 가볍게 걷기 좋다.
서초구 우면산은 서초구와 과천시 하동 경계에 있는 산이다. 소가 배를 깔고 앉아 졸고 있는 모양이라 해서 우면산(牛眠山)이라 불렀다고 한다. 산행길이 짧지만 코스가 다양하고 경사가 완만해 가벼운 옷차림으로도 산에 오를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서초 약수터(샘터)에서 소망탑으로 올라 예술의전당으로 내려오거나 역순으로 걷는 길이다. 소요시간은 천천히 걸으면 1시간 정도. 이정표를 따라가다 갈림길이 나오면 전망대보다 소망탑으로 가는 게 도심 조망하기에 훨씬 좋다. 소망탑에 올라서면 예술의전당부터 동작대교·반포대교·남산·북한산·강변북로·롯데타워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하산할 때는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가기보다는 진행 방향으로 가는 길을 추천한다. 계단을 내려가면 시골 뒷산 같은 오솔길이 이어지고 길가에는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내려가는 길에 백제사찰 대성사와 예술의전당도 만나볼 수 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