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으 동물들" 지적장애인 상대 가혹행위, '제2의 도가니' 인강원 교사들 집유

서울 장애인 거주시설 '인강원' 교사 4명
지적장애인들 '말 안듣는다' 얼굴 등 폭행
한 인강원 직원이 폭로하면서 실태드러나

사진=이미지투데이

중증 지적장애인들을 상대로 가혹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 도봉구 장애인 거주 시설 ‘인강원’의 생활재활 교사들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인강원은 2014년 전 원장을 비롯한 교사들이 장애인 급여와 장애수당을 포함한 억대의 시설 운영비를 횡령하고 중증 장애인들을 상대로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나 ‘제2의 도가니’라고 불린다.

4일 서울북부지법 형사3단독 홍주현 판사는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생활재활교사 김모(32)씨와 조모(46)씨에게 징역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하고, 박모(39)씨와 곽모(36)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판결했다. 이들 4명은 지적장애 1~2급인 20~30대 피해자 6명을 상대로 2017년~2018년에 수차례 가혹 행위를 저질렀다.

법원에 따르면 김씨는 2018년 1월 생활관 3층 복도에서 피해자 A씨의 몸 위에 올라 타 손바닥과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고, 같은 해 8월에는 또 다른 피해자 B씨가 면도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목, 턱 부위를 때린 뒤 뒷목을 잡고 끌고갔다.


박씨는 2017년 가을 생활관 방 바닥에 엎드려 있는 피해자 C씨의 몸 부위를 발로 짓밟았고, 곽씨는 2018년 초 생활관 화장실 입구에서 피해자 D가 자신의 안경을 건드려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뺨을 때렸다. 조씨는 2017년 7월 피해자 E씨가 땅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먹고 다른 호실을 들락날락 거린다는 이유로 욕설을 하며 정신적 학대행위를 저질렀다. 그해 가을에는 피해자 F씨가 과잉행동을 한다는 이유로 “어으 애니멀, 동물들”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또 자신에게 도전하는 듯한 행동을 하고 달려든 F씨에게 “어유 이 애니멀 새끼”라고 말하며 F씨의 배를 발로 차 넘어뜨리기도 했다.

이들 교사 4명은 관련 혐의에 대해 “폭행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거나 “폭행 행위가 있더라도 정신지체 장애인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신체접촉으로, 사회상규에 부합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시설관계자들 등 증인들의 증언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는 점과 시기가 특정된 점에 근거해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폭행 및 학대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며 “피해자들은 중증의 지적장애인으로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데다가 한글을 전혀 읽을 수도 없어 수사기관에서 제대로 된 피해 진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다만 형사처벌 전력이 없거나 적은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사건은 인강원에 근무하던 한 직원이 상급자에게 인권침해 실상을 알리면서 드러났다.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현 장애인권익옹호기관)는 2018년 8월 교사들의 장애인 학대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같은 해 11월 도봉경찰서에 관련자들을 고발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