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가 인터넷 쇼핑몰인 타오바오를 출범한 2003년만 해도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이베이가 잡고 있었다.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은 “이베이가 바다에 사는 상어라면 타오바오는 강에 사는 악어”라며 강에서 싸운다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이 다른 나라처럼 쑥쑥 자라지 않는 배경에 거래 상대를 믿지 못하는 중국인의 성향이 있다고 봤다. 그는 이베이의 결제시스템인 페이팔을 벤치마킹해 알리페이를 만들어냈다. 알리페이는 판매자 입장에서 돈이 들어왔는지, 구매자 입장에서 원하는 제품이 배달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결제시스템이다. 알리페이는 2019년 한해 사용자가 10억명을 돌파하고 결제액이 110조위안(1경8,59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알리바바에서 2011년 분사한 알리페이가 앤트파이낸셜로 성장을 거듭한 데는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인 위어바오 역할이 컸다. MMF는 가입금액이 커 부자들의 전용상품이었으나 위어바오는 자투리 돈까지 취급해 인기를 끌었다.
앤트파이낸셜은 이후 인터넷은행인 왕상은행, 금융정보서비스 플랫폼인 자오차이바오, 소액대출서비스인 마이화베이 등도 운영하면서 앤트그룹으로 확대됐다. 중국 때리기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눈에 앤트그룹이 들어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미 국무부가 앤트그룹을 수출 금지 대상 기업 목록에 추가하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가 결국 규제를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런 위험은 언제든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5일 예정됐던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증시 동시 상장이 갑자기 연기됐다. 마윈이 중국 금융당국의 보수적 정책 기조를 비판한 데 대한 제재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앤트그룹이 기업공개로 끌어모을 자금은 350억달러(39조7,950억원) 이상으로 지난해 1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가 조달한 275억달러(31조2,675억원)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로 예상됐다. 금융당국을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공개 계획이 없던 일이 되는 걸 보면 중국의 자본주의는 아직 그들만의 중국식 자본주의인 것 같다.
/한기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