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알리바바 창업주.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최고 부호인 마윈의 ‘중국 금융은 전당포 영업’ 주장에 대해 중국 당국이 앤트그룹 상장 중단으로 맞대응하면서 중국 자본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정치 논리가 시장경제를 지배하는 것이 이번에 다시 확인되면서 미국의 제재에 맞서 중국 자본시장을 육성하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노력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4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는 전날 밤 예정에 없던 공고문을 통해 “5일로 예정됐던 앤트그룹의 상하이증시 과학창업판(스타마켓) 상장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직후 앤트그룹의 모기업인 알리바바도 “5일 홍콩증시에서 동시에 진행하려던 상장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앤트그룹은 또 청약증거금으로 납입된 155만명의 총 1조3,100억홍콩달러(약 193조원)를 오는 6일까지 모두 환불하기로 했다. 상하이증시 스타마켓은 청약증거금이 없다.
역사상 세계 최대 규모인 345억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하루 전에 취소되자 증시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앤트그룹의 모기업인 알리바바의 주가는 8.13% 폭락하며 하루 만에 시가총액 684억달러(약 78조원)가 증발했다.
발단은 지난달 24일 상하이의 한 심포지엄에서 진행된 마윈의 연설이었다. 알리바바 창업주인 마윈은 이날 중국 금융당국이 ‘위험 방지’를 앞세워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 정책을 취하고 있다며 “중국 금융은 전당포 영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지난 1일 중국 금융당국은 앤트그룹의 주력 분야인 핀테크 사업을 포함한 금융 위험 통제를 최우선 정책 순위에 놓겠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대응했다. 또 지난 2일 마윈과 징셴둥 앤트그룹 회장, 후샤오밍 총재를 ‘웨탄(約談)’ 형식으로 불러 주의를 전달했다. 이어 앤트그룹 상장을 겨우 하루 앞둔 상태에서 이를 무기한 연기하는 초강수를 내놓았다.
현지에서는 중국 당국이 민간 기업인들에게 ‘중국공산당이 그어놓은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음을 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앤트그룹은 곧바로 “충실히 따르겠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거시적으로는 중국 당국의 ‘악수(惡手)’라는 지적이 많다.
중국은 미중 자본시장 디커플링(탈동조화) 시대에 대비해 자국 시장 육성에 힘써왔다. 즉 시장화 수준을 높이고 당국의 규제와 개입을 줄여나가겠다고 선전해왔는데 이번 앤트그룹 사태는 이것이 공염불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오히려 중국이 자국 및 해외 기업들에 언제든 휘두를 수 있는 ‘규제 몽둥이’를 들고 있음을 각인시킨 결과를 낳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자국 증시를 미국에 필적하게 만들려는 시진핑의 노력이 화요일(3일)의 역행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