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외환 트레이딩 업체의 시세 전광판 아래로 제46대 미국 대통령선거 관련 뉴스가 나오는 모니터가 보이고 있다. 이날 아시아 증시는 미 대선 추이를 지켜보며 비교적 차분하게 반응했다. /AFP연합뉴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미국 대선 결과에 글로벌 금융시장과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시장에서는 대선 결과에 불복해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최악의 경우 대선 불복으로 미국 정국에 격랑이 일고 파국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선거 개표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선거 결과를 놓고 연방 대법원에 갈 수 있다고 언급함에 따라 향후 미국 정국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도 대선 불확실성으로 요동칠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월가에서 가장 우려했던 대선 불복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증시가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투자자들은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4일 아시아 증시는 미 대선 추이를 지켜보며 다소 차분한 반응을 나타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7% 상승한 2만3,695.23포인트에 마감했다. 반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18% 오르는 데 그쳤다.
미국 증시는 선거 결과가 안 나왔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승 출발했다. 4일(현지시간) 오전 개장 직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 가까이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각각 2%·1%가량 상승했다.
관건은 선거 결과가 법정에서 판가름 나는가의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후보가 개표 방식이나 결과에 불복해 소송전에 나설 경우 법적인 당선인을 한동안 확정하지 못하는 당선인 공백 상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최종 당선자가 다음달이나 돼야 정해지는 만큼 불확실성이 대폭 커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 대선이 끝나면 누가 당선되든 (불확실성 해소로) 증시가 상승하고는 했지만 낙선자가 이의를 제기한 선거가 될 경우 지난 2000년처럼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미 대선에서는 고어 후보가 결과에 불복하면서 대법원 판결까지 한 달간 최종 승자가 결정되지 않았고 그동안 S&P500지수는 7.5%가량 하락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에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는 내년 1월20일까지 ‘통치 공백’이 생길 경우 미국이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NN방송에 따르면 1일 기준 미국의 일일 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8만1,336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8만명을 넘어섰다. 바이러스 재확산세가 가파른 유럽에서는 프랑스·영국·독일 등 3대 국가가 모두 봉쇄 조치를 내렸다.
이 때문에 ING은행은 유럽과 미국 모두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도 미국의 올 4·4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를 제압할 수 있다는 희망의 원천이었던 백신과 치료제의 불확실성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초 10월에 임상3상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던 제약사 화이자가 대선 전 공개가 어렵다고 말을 뒤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대선의 승자가 확정되지 못한다면 추가 부양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국 경제가 최소한 두 달간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가에서는 백악관과 의회를 차지하는 당이 엇갈릴 경우 부양책 통과 가능성이 더욱 낮아져 주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대비해 투자자들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WSJ는 UBS 조사 결과를 인용해 100만달러(약 12억원) 이상 투자자산을 보유한 투자자의 63%가 대선을 앞두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고 전했다. 또한 투자자 중 36%가 현금 비중을 확대했으며 30%가 업종별 자산 배분을 조정했다. 27%는 포트폴리오에 안정성을 더했으며 선거 결과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계획인 투자자도 절반을 넘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