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우선주의 새 질서…새 전략 없으면 '외톨이 한국' 된다

앞으로 4년간 세계 최강국 미국을 이끌어갈 제46대 대통령을 결정하는 투·개표 절차가 전 세계의 관심 속에 진행됐다. 공화당 소속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꼽히는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미시간·위스콘신 등에서 박빙의 대혼전을 펼쳤다. 승부는 엎치락뒤치락했다. 개표 중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우위를 보이는 듯했으나 종반전에는 바이든 후보의 역전 가능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바이든 후보는 4일 0시40분(현지시각) “개표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승리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10분 뒤 트위터 글을 통해 “우리가 이겼다. 그들은 선거를 훔치려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우리는 미국 대선의 초접전 상황을 지켜보며 누가 이기든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더 견고해질 것이라는 점을 직시하고 치밀한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당장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한층 맹렬해질 것이다. CNN방송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의 3분의1은 투표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경제’를 꼽았을 정도로 미국인들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경제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식과 강도·완급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트럼프 대통령이든 바이든 후보든 자국의 전자·자동차 등 핵심 산업을 지키는 경제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인·개인소득세 소폭 인하를 내세우면서 최저임금을 현재의 7.25달러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에 비해 친기업 성향이 강한 트럼프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우리도 미국 못지않은 친시장 정책으로 기업에 활로를 열어줘야 할 것이다.


안보 분야에서도 승자가 누구든 ‘아메리카 퍼스트’ 전략이 뚜렷해질 것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헤게모니를 계속 지키려는 미국의 전략에 궤도 수정은 있을 수 없다. 동맹국인 한국을 향한 미국의 기대와 요구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4일 “대한민국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우방국”이라며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우리의 지도자가 한미동맹을 중시하고 미래에도 굳건한 관계 유지를 위해 힘을 합칠 준비가 돼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에도 미국은 가장 소중한 동맹이다. 특히 안보 분야에서는 6·25전쟁에서 함께 피를 흘린 혈맹으로 통한다. 우리는 비민주적 이웃국가인 중국이 경제·군사적으로 급부상하는 현실에 경각심을 갖고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삼으면서 주변국들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더 강해지기 전에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하는 가치동맹으로 건강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정부는 미국 대선 결과가 우리에게 미칠 파장을 주시하면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왔다고 하지만 왠지 미덥지 못하다. 미국 내 반중(反中) 정서가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계속 중국 눈치를 보는 외교 정책을 펴왔다. 또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신무기를 개발하면서 도발을 계속하는데도 여전히 평화 타령을 하면서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 서방 우방국들의 움직임과 동떨어진 대외 정책을 밀어붙이면 자칫 ‘외톨이 한국’을 자초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는 정상회담 중심의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는 트럼프와 (先) 실무회담을 중시하는 ‘보텀업’ 방식을 지향하는 바이든의 입장이 천양지차인 만큼 치밀한 핵 폐기 로드맵을 마련하고 북한의 이행을 유도해야 한다.

대선 이후 미국 행정부가 펼쳐갈 자국 우선의 새 질서는 한국에는 기회이자 위기이다.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나라 운명이 크게 달라진다. 정부는 북한에 무력 증강의 기회만 준 대북 정책의 실패부터 솔직히 인정하고 안보 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 아울러 집값 폭등, 전세대란을 초래한 부동산 정책과 청년실업 증가, 중소상공인들의 몰락을 유발한 경제 정책의 과오를 인정하고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에 대처하기 위해 새 경제팀을 꾸릴 필요가 있다. 안보와 경제의 복합 위기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외교안보라인과 경제팀을 재정비하고 정책을 전환해 일신하는 모습을 보여줄 시점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