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그린뉴딜·국제R&D…' 조 바이든에 들뜬 과학계

조 바이든 집권시 "과학 정책 우선순위"
과학적 코로나 대처..팬데믹 대응나서
신재생에너지 강화 등 그린뉴딜 협력
국제 과학기술 R&D협력 확대 기대도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확실시되는 조 바이든 후보가 지지자들 앞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조 바이든 웹사이트

지난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78·사진)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4년간의 재임기간 ‘과학’을 정책의 주요 화두로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과학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물론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와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기후위기에 대응한 ‘그린뉴딜’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과학을 정책 우선순위에 두지 않은 것을 정도를 넘어 ‘오히려 경시했다’는 평을 듣는다. 코로나19도 독감 수준이라며 미흡하게 대처했을뿐 아니라 사상 최악의 미국 서부 산불도 ‘산불관리의 문제’로 치부한 게 단적인 예다. 지구촌의 리더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확대에 제동을 걸기 위한 파리기후협약에서도 탈퇴했다.

5일 과학계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마스크 착용 의무화,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 진단 검사 대폭 강화와 접촉 추적, 치료제·백신 개발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과학을 앞세울 전망이다. 미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와 각각 930만명과 23만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조 바이든 후보가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한 채 국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웹사이트

바이든 후보는 집권하면 코로나19 팬데믹을 잡기 위해 주지사들과 협의해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나설 예정이다. 과학적으로 마스크만한 생활백신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진단·추적 강화에도 나서 진단키트 생산을 크게 늘리고 승차 검사(드라이브 스루) 기관을 2배로 확대하며 최신 검사 방법 개발에도 적극 투자하기로 했다. 백신 생산과 유통 계획에도 250억 달러(약 28조 4000억원)를 지원하되 결정 과정은 과학계에 위임하기로 했다. 지난 7월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의 이익을 대변한다”며 탈퇴했던 것과 달리 WHO 재가입에도 나설 계획이다.


네이처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과학을 우선순위로 삼지 않았다”며 “과학기관들에 대한 막대한 예산 삭감과 과학고문을 19개월 만에 선임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3월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환경보호청(EPA) 등 많은 과학기관에 대한 재정 삭감을 요구했다. 심지어 ‘소독제를 몸 안에 주입하는 방법은 없느냐’는 등 비과학적인 언사를 남발하고 과학계의 조언에 대해서도 뭉개기 일쑤였다.

조 바이든 후보가 교회에서 신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웹사이트

바이든 후보가 집권하면 지난 4일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가 공식 발효된 상황에서 즉각 재가입할 계획이다. 이는 그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6월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한 후 지난해 11월 4일 탈퇴 절차에 공식 돌입했던 것을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최악의 서부 산불사태와 관련, “기후 비상 사태다. 퍼펙트 스톰이다”고 위기감을 표현했으나 “산불관리의 문제”라는 식으로 일관해 ‘기후위기의 악동’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지난 2015년 195개국이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내 상승으로 묶되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기에 비해 이미 약 1도가 상승했는데 미국·중국·인도·호주 등 많은 나라가 여전히 온실가스를 대거 배출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2위, 우리나라는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조 바이든 후보가 카멀라 해리스(55) 부통령 후보와 마스크를 쓰고 뭔가를 협의하고 있다. 해리스는 미국에서 두 번째 흑인 여성 상원의원이다. /조 바이든 웹사이트

특히 바이든 후보는 집권하면 4년간 2조달러(2,260조원)를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그린뉴딜 투자에 쏟기로 했다. 태양광·수소·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확대를 비롯 전기 충전소 5만개 확충, 전력부문 탄소배출 2035년 제로 등을 통해 친환경 분야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은 “미국이 그린뉴딜을 적극 주도하게 되면 한국의 그린뉴딜도 동반성장할 것”이라며 “우리가 태양광 모듈, 전기차와 대용량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LNG선 등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2050년 탈탄소 선언에 동참하면서 대규모 에너지전환, 산업전환, 수송전환, 환경과 건물부문의 전환이 배가될 전망이어서 국내 수요에 기반한 수출확대와 품목전환도 이뤄질 것”이라며 “에너지를 중심으로한 한미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이든 후보가 집권하면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측면에서도 다소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학 연구실의 허리를 장악한 중국 석·박사 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스파이’라는 극언을 퍼부은 적도 있을 정도로 중국으로의 첨단 기술 유출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 이우일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과학을 국정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으나 바이든 후보는 과학을 정책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며 “R&D 측면에서도 과학기술 국제협력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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