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난청의 원인은 다양하다. 노화로 달팽이관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난청을 노인성 난청(노년 난청)이라고 하는데 달팽이관 속 세포와 소리를 듣고 뇌로 전달하는 청각신경이 퇴화돼 청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깨끗하게 회복시킬 수 있는 약이 없어 예방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40%가량이 노인성 난청으로 추산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노인성 난청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15년 1만6,397명에서 지난해 2만2,168명으로 35% 증가했다.
청력의 감소는 보통 30대 무렵부터 서서히 진행된다. 청력 감소가 시작되는 연령이나 진행 정도는 유전적 요인과 과도한 환경소음, 이어폰 등 개인용 음향기기 사용, 귀에 해로운 약물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노인성 난청은 고주파, 즉 높은 음 청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시작해 점차 소리의 방향을 감지하는 능력도 저하된다. 난청이 더 진행돼 낮은 음도 안 들리게 되면 소리를 감지하는 능력이 본격적으로 떨어진다. TV·라디오를 듣는데 어려움이 생기고 경보음 등을 듣지 못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신장병·고혈압 등도 악영향
완치법 없어 예방이 최우선
음향기기 과도한 의존 말고
보청기 단계적 적응 훈련을
이처럼 난청이 지속되면 여러 사람과 같이 있는 환경을 피하거나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가족과의 대화도 줄고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사회적 고립·소외는 치매·우울증으로 연결돼 삶의질을 크게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정상인과 비교해 치매 발병 위험이 경도 난청에서는 2배, 중간 정도 난청에서는 3배, 고도 난청에서는 5배가량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노인성 난청 환자는 균형감이 떨어지고 낙상 위험도 훨씬 높다.
아쉽게도 약물이나 통상적인 수술로 청력을 회복시키는 방법은 아직 없다. 때문에 눈이 나쁘면 안경을 쓰듯이 난청으로 생활에 지장이 있으면 보청기를 착용할 필요가 있다.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청력검사 후 본인의 상태에 맞는 보청기를 사용하면서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에는 소리가 울리거나 귀가 먹먹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너무 시끄럽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보청기를 통해 들리는 소리에 적응해야 한다. 처음에는 집 안과 같이 비교적 조용한 환경에서 사용시간을 늘려가는 게 좋다. 익숙해지면 외출할 때도 착용하며 적응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송재진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보청기는 청력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남아 있는 청력(잔청)이 너무 부족하면, 즉 난청이 심하면 달팽이관에 전극을 심어 소리를 전달하는 ‘인공와우’ 이식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평균 수명 증가에 따라 수술을 받는 환자의 연령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90대 이상의 고도난청 환자가 수술과 재활을 받는 예가 늘어날 정도다.
노인성 난청을 예방하려면 큰 소리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스마트폰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어폰으로 3시간가량 음악을 들으면 일시적으로 청력이 떨어질 수 있다. 1시간에 10분 이상은 귀에 휴식시간을 주거나 하루 2시간 이상 착용하지 않는 게 좋다. 지하철·버스와 같이 주변 소음이 큰 환경에서는 이어폰 음량을 높여야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는데 음 소거 상태에서 화면만 보는 습관을 들여볼 필요가 있다.
청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진 항생제 등을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환자는 복용 전부터 이비인후과 의사의 진료와 청력검사를 받도록 한다. 담배는 미세혈관 장애를 일으켜 난청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와 당뇨병, 신장질환, 고(高)콜레스테롤증, 고혈압 등의 질환 역시 혈관을 좁게 만들고 귀로 가는 혈관에 손상을 일으켜 청력을 빨리 떨어지게 할 수 있으므로 난청 예방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송재진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