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수혜가 기대됐던 종목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개인들은 이들 종목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차익 실현 물량을 쏟아냈고 원화 강세는 외국인들의 자금을 증시로 이끌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이라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시장은 선거 결과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4%(56.47포인트) 오른 2,413.79를 기록하며 마감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2.16% 상승했다. 전날 증시가 인터넷·5세대(5G) 등 트럼프 대통령 수혜주들이 강세를 이끌었다면 이날 증시는 전날 급락한 바이든 후보 수혜주들이 지수를 끌어올렸다. 2차전지 셀 제조업체인 LG화학(051910)(4.15%), 삼성SDI(006400)(5.33%), SK이노베이션(096770)(4.55%)이 나란히 강세를 보였고 태양광 기업인 한화솔루션(009830)(12.3%)과 OCI(010060)(8.38%), 풍력발전 관련주인 씨에스윈드(112610)(7.9%)가 고공행진을 펼쳤다. 추가 부양책 등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에 경기민감주인 포스코(3.65%), HMM(011200)(7.52%) 등도 상승했으며 ‘오바마 케어’의 재확대 기대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6.55%) 등 바이오·제약주도 강세를 보였다.
하루 전 이들 주식이 급락하자 ‘영끌’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은 급변한 증시를 반가워하면서 이들 종목을 대거 내다 팔아 차익실현에 나섰다. 이날 하루 동안 개인들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총 1조9,698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국내 증시 사상 개인의 하루 순매도 기준 최대 규모다. 반면 외국인들은 증시 불확실성이 걷힌데다 원·달러 환율까지 하락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1,405억원 등 총 1조3,92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이날 양 시장 매수 규모는 역대 7번째로 많았으며 주로 전기·전자 및 화학(2차전지) 등 성장 종목을 사들였다.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가능성이 불안요소로 남아 있지만 시장은 일단 불확실성이 걷히게 됐다는 점에 환호했다. 아울러 블루웨이브(민주당의 상·하원 석권)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대규모 증세와 정보기술(IT) 규제에 대한 우려가 해소된 것도 시장의 불안감을 덜어줬다는 분석이다. 나정환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 가능성이 있지만 플로리다 개표 결과로 당선자가 바뀔 수 있던 2000년과는 시장의 불안감이 다르다”며 “추가 부양책도 규모는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상원에서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앞으로 지수는 더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