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심 타치 코소보 대통령 /AP연합뉴스
전쟁 범죄 혐의로 국제재판소에 회부된 하심 타치 코소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사임을 발표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타치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부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대통령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 직무와 국가의 고결함, 국민의 존엄을 지키고자 사임한다”고 말했다.
사임 발표는 코소보 내전 전범 문제를 다루는 네덜란드 헤이그 주재 국제 특별재판소가 타치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추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나왔다. 앞서 코소보 내전 전범 문제를 다루는 국제 특별재판소 검사실은 지난 6월 타치 대통령을 인명 살상과 학대·고문 등 혐의로 기소한다고 밝혔다. 이후 재판부는 타치 대통령을 실제 법정에 세울지를 결정하기 위해 기소 내용에 대한 사전 심리를 진행해왔다.
타치 대통령은 기소 발표 직후 “특별재판소에서 기소 내용을 추인한다면 즉시 사임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는 코소보 내전 당시의 무력 대응을 세르비아 압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당한 투쟁’이라고 규정하며 결백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타치 대통령은 지난 2016년 2월 대통령에 선출돼 현재 임기를 약 3개월가량 남겨놓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코소보 총리로 있던 라무쉬 하라디나이가 전범 혐의로 특별재판소에 출석을 요청받자 총리직에서 전격 사임해 10월 조기 총선으로 이어진 바 있다.
코소보는 1998∼1999년 세르비아에서 분리·독립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민간인을 포함해 1만3,000여명이 숨지는 참혹한 내전을 겪었다. 타치 대통령은 당시 세르비아 보안군에 대항하는 게릴라 조직인 코소보해방군(KLA)을 이끈 지휘관이었다.
2008년 유엔과 미국·서유럽 등의 승인을 받아 코소보 독립을 실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그는 독립 직후부터 2014년까지 총리를 맡아 국정을 운영하기도 했으며, 현재까지도 코소보 정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남아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