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은행에서 고객이 은행원과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지난여름과 같이 역대 최저의 가계대출 금리는 당분간 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재정확대→미 국채 발행 증가→미 국채금리 상승→한국 국채금리 동반 상승 및 시중금리 상승으로 대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 산하 KB경영연구소는 미 대선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바이든 후보의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국고채 발행 증가, 경기 부양책 시행 등으로 국내외 금리의 상승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금융그룹 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한국 경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2조2,000억달러(약 2,475조원)에 달하는 경기부양책과 인프라 관련 재정지출 확대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해 미 국채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후보 공약에 필요한 재정지출 규모는 내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3조9,000억달러에 달하지만 증세를 통한 세수 증가분은 1조4,000억달러에 그친다. 4년간 재정적자 규모가 2조5,000억달러에 이르고 결국 대규모 국채발행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우리도 내년 확장적 예산에 따른 국채물량 확대가 예정돼 있어 미 국채금리와 상관관계가 높은 한국 국고채금리에도 상승압력이 가중될 것”이라며 내년 시장금리 상승을 점쳤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조이는 추세로 돌아선 점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신용대출이 급증하자 속도 조절을 주문했고 주요 시중은행들은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올려 잡았다. 일부 주택담보대출의 취급도 중단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16일부터 아파트에 적용되는 모기지신용보험(MCI), 다세대·연립 등에 적용되는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을 중단하고 30일부터는 금리고정형 적격대출도 취급하지 않을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30일부터 MCI·MCG 대출을 중단했다.
실제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 8월 바닥을 찍고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 가계대출 평균금리(신규 취급분 기준)는 8월 연 2.55%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후 9월 2.59%로 반등했다. 주택담보대출이 8월 2.39%에서 9월 2.44%로 올랐고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2.86%에서 2.89%로 상승했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은 은행의 수익성에는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시장금리 상승에 힘입어 내년 금융주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저금리 현상으로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이 역대 최저치 행진을 계속하는 가운데 금리가 바닥을 치면 NIM 하락세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