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해미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연극 ‘신의 아그네스’ 프레스콜에서 공연 소감을 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배우 박해미가 익숙했던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30년 넘게 이름 앞에 붙어 온 ‘뮤지컬’을 떼고 이번엔 인간 내면을 파고드는 ‘정통 연극’으로 관객과 마주한다. 오는 7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신의 아그네스’를 통해서다.
박해미는 지난 6일 열린 ‘신의 아그네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두뇌 회로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내년에 또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 매력에 푹 빠졌다”며 새 작업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신의 아그네스는 순수함 속에 광적인 모습이 내재된 ‘아그네스 수녀’, 그런 그녀를 신 가까이에서 보살피려는 ‘원장 수녀’ 그리고 진실을 밝혀 아그네스를 구하려는 정신과 의사 ‘닥터 리빙스턴’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적과 소통, 그리고 치유에 관한 이야기다. 박해미는 닥터 리빙스턴 역을 맡아 원장 수녀 역의 이수미, 아그네스 역의 이지혜와 함께 팽팽한 심리 게임을 펼친다. 이 작품은 미국 인기 희곡 작가 존 필미어가 1976년 뉴욕의 수녀원에서 일어난 영아 살해사건을 바탕으로 집필해 1982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뒤 전 세계에서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83년 윤석화와 고(故) 윤소정이 각각 아그네스와 닥터 리빙스턴으로 출연하며 초연 무대를 올렸고, 이후 신애라, 김혜수, 전미도 등도 이 작품을 거쳐 갔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 출연 배우들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열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해미가 연기하는 닥터 리빙스턴은 해설가로서 무대와 관객을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다년간의 내공으로 웬만한 무대는 거뜬히 해내 온 그이지만, 이번에는 “온몸이 뻣뻣해질 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거침없이 도전하고 시도하는 배우이기 때문일까. 몸은 고단하지만, 그 고통에 비례해 작품과 무대에 하루하루 스며들고 있다. “과거 다른 배우들이 잘해낸 작품이기에 우리가 엄살 피울 때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실 준비 기간이 비교적 짧은데, 셋이 똘똘 뭉쳐서 해보자는 마음 덕에 기적적으로 공연을 올리게 됐네요.”
참고 대상 없이, 오롯이 ‘나의 리빙스턴’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박해미는 사실 신의 아그네스라는 작품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관람한 적은 없다. 그는 “누군가가 했던 연기, 이전 작품 같은 정보도 없이 텍스트 안에서 캐릭터를 찾아냈다”며 “누군가와의 비교에 개의치 말고 내가 파악한 캐릭터로 멋지게 해내 보자는 마음”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배우 박해미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연극 ‘신의 아그네스’프레스콜에서 열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 19로 예정됐던 공연들이 연이어 취소·연기되면서 이번 작품 역시 상연을 기대하지 않았다. 미리 받은 대본도 한참을 들여다보지 않을 정도였다. 박해미는 “한 달에 한 번씩 ‘못하죠?’, ‘올라가요?’라고 물어볼 만큼 마음을 접고 있었다”며 “이렇게 작품을 올릴 수 있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웃어 보였다.
관객을 향한 메시지도 늘 당당하고 솔직한 박해미다웠다. “오늘(전막 시연)도 아차 하는 순간이 있었지만, 뻔뻔하게 밀고 나갔어요.(웃음) 꼭 보러 와서 많이 예뻐해 주세요.”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