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Fun]전기차에 밀리고 소형SUV에 치이고...설자리 더 좁아지는 경차

1~9월 7만대 팔려...전년比 16%↓
13년만에 '年10만대' 판매 위태
수익성 저하에 제조사도 생산 줄여


대표적인 서민차인 경차가 사라지고 있다. 경차는 한때 높은 연비와 저렴한 가격으로 온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지만 보다 뛰어난 연비 효율과 공간 활용성을 자랑하는 친환경차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9월 내수시장 경차 판매량은 7만2,536로 전년 동기 대비 15.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추세라면 올해는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경차 판매 대수가 10만대를 밑돌 전망된다.

19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경차는 월 1만대 이상 팔리는 대표 차종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도 고유가 대처를 위해 정부가 각종 세금을 면제해주며 경차 시장은 나날이 커져 갔다. 그러나 발전하는 기술력과 변화하는 소비자 취향 앞에 차츰 경차의 입지는 좁아졌다. 2010년대에 접어들며 완성차 업체들은 본격적으로 친환경차를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경차보다 출력이 앞서면서도 연비는 뛰어난 차량이 속속 등장했다. 친환경차는 연비뿐 아니라 산업 성장성도 높았다. 정부의 보조금 등 정책 지원이 경차가 아닌 친환경차로 쏠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친환경차 산업 육성을 위해 보조금 지급 등 정책적 혜택을 친환경차에 집중하면서 경차의 경쟁력이 도태됐다”고 설명했다.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소형 SUV 시장이 커진 것도 경차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이다. 소형 SUV 시장은 2014년 3만여 대에서 2019년 22만대로 7배가량 늘어났다. 올 들어서도 소형 SUV 판매 실적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르노삼성 XM3, 캡처 등 신차 출시 효과에 힘입어 46% 급증했다. 수익성도 떨어져 완성차 업체들은 경차 생산을 줄여가는 추세다. 경차는 이대로 자취를 감추는 걸까. 김 교수는 “국내에서 현재 세단형 경차는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이라며 “소형 SUV보다 콤팩트한 경형 SUV 등 경차의 변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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