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몰렸던 바이든의 90시간 대역전 드라마

위스콘신·미시간 역전하며 기사회생
펜실베이니아서 대선 레이스 끝내
4년 전 빼앗겼던 러스트벨트 모두 역전승
트럼프 ‘불복’, 재검표·법정싸움 변수

조 바이든 후보. /AP연합뉴스

피 말리는 개표전을 전개하던 미국 대통령 선거의 승자가 조 바이든 후보로 결정됐다. 3일 오후6시 첫 개표를 시작한 지 약 89시간30분 만에 나온 결과다. 예상과 달리 플로리다에서 패배하고 주요 경합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뒤지면서 이러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막판 우편투표의 힘으로 대역전을 이끌어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법적 싸움에 들어가면서 최종 결정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외신에 따르면 통상 선거 당일 밤이나 이튿날 새벽에 당선인이 결정되던 예년과 달리 개표가 지연되면서 3일 오후 6시 첫 개표를 시작해 이날 오전11시30분께 승자가 결정됐다.

이번 대선도 역시 경합주 싸움이었다. 2016년 대선 때 트럼프가 쓸어갔던 ‘러스트벨트(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와 ‘선벨트(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6개 주의 향방에 따라 승부가 갈렸다.


시작은 플로리다였다. 우편투표를 먼저 개표하기에 초반에 바이든이 크게 앞서다가 접전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푸른 신기루’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초반에는 초접전을 이루다가 뒤로 갈수록 트럼프가 뒷심을 발휘했다. 지난 대선에서 1.2%포인트 차이로 힐러리 클린턴을 이겼던 트럼프는 이번엔 3.5%포인트 차이로 더 크게 바이든을 눌렀다. 히스패닉 표심이 결정타였다. 신격전지로 떠오르며 바이든에게 또 다른 희망의 길이었던 공화당 텃밭 텍사스와 오하이오도 개표 중반까지 바이든이 선전했지만 결국 트럼프 품에 안겼다. 텍사스에선 개표 73% 전후로 약진한 트럼프가 5.9%포인트 차이로 이겼고, 오하이오는 줄곧 바이든이 앞서다가 역시 개표 70% 전후로 역전당해 그것으로 끝이었다.

위스콘신에서 바이든은 초반에 앞서다 개표 27%가 지나면서 역전당했다. 개표 80%대 중반까지 계속 뒤졌지만 결국 0.6%포인트 차로 뒤집고 재검표를 앞두고 있다. 미시간에서는 초반부터 뒤처지다 70%대 개표 시점엔 무려 8%포인트 가까운 격차로 패색이 짙었지만 막판 뒤집기로 2.8%포인트 이겼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대부분 미국 유력 언론의 집계에 따라 바이든이 17명의 선거인단만 확보하면 되는 국면에서 남은 것은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였다. 그중에서도 선거인단 20명이 걸린 펜실베이니아를 이기면 다른 주는 볼 필요도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바이든이 앞서다 20% 개표를 전후해 트럼프가 역전한 뒤 개표 74% 시점엔 격차가 무려 12.7%포인트나 벌어졌다. 뒤늦게 필라델피아 등 도시지역 투표함이 열리면서 격차가 점점 줄어 94% 개표 기준 0.7%포인트까지 줄었다.

결국 95% 개표 시점에서 바이든이 뒤집기에 성공하자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바이든 승리, 나아가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을 긴급으로 보도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 현재 98% 개표 기준으로 0.5%포인트 격차가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러스트벨트 대역전극의 배경에는 우편투표가 있다. 당일 현장투표에 이어 우편투표를 개봉하면서 후반으로 갈수록 바이든에게 뒷심이 생겼다. 바이든이 러스트벨트 3개 주에서 모두 막판 역전승을 거두면서 매직넘버를 달성했지만 ‘법정 승부’라는 마지막 관문이 놓여 있다. 이미 우편투표 중단 소송 등 법적 대응 절차에 들어가며 불복 의사를 내비친 트럼프는 이날 바이든의 승리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성명을 내고 바이든이 “거짓 승자 행세를 한다”며 불복 입장을 재차 밝혔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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