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승리, 북미 관계 불확실성 증폭…한국 역할 커지나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선을 하루 앞둔 2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모나카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와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오하이오주를 방문해 막바지 총력 득표전에 나섰다./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북미관계에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졌지만, 오히려 한국의 존재감은 한층 주목받을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수시로 친서를 주고받을 만큼 연락이 원활했지만,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기본적인 소통조차 쉽지 않아 북미 모두 한국의 중재역할을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북미관계상 리스크는 커졌지만, 역설적으로 남북관계에는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외교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우선 미국은 한국 정부에 대북 상황관리 역할을 기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가 새로운 외교·안보 진용을 짜고 대북전략을 세워 북한과 협상에 나서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이 기간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커지는 때이기도 하다. 실제 북한은 2001년 빌 클린턴에서 조지 W. 부시로 정권이 교체됐던 때 정도를 제외하고 미국의 정권 교체기마다 거의 매번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강행했다. 따라서 한국은 이 기간 미국과 한목소리로 북한에 지속해서 ‘도발 자제’를 당부해 한반도 정세가 험악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의 적극적인 비핵화 협상 의지를 담은 대북정책을 수립하도록 한국 정부가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국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했던 클린턴 정부의 페리 프로세스처럼,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수립 과정에 한국이 미국과 큰 그림을 공유하고 설득하는 정책 ‘설계능력’이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북한도 바이든 정부와 새로 안면을 터야 하는 만큼 대남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상 간 직접 소통을 선호했던 도널드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실무협상부터 착실히 밟아 올라가는 ‘바텀업’(상향식) 협상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또 바이든은 유세 기간 북한의 핵 능력 축소 동의를 북미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트럼프 정부 때보다 협상의 방식도, 기준도 한층 문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북한은 한국을 통해 미국의 대북기조를 파악하고, 동시에 남북관계는 화해 모드로 가져가면서 바이든 정부에 자신들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려 할 수 있다.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와 각을 세웠던 2017년을 뒤로 하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로 화해의 손을 내밀었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정상회담 제안 소식을 전한 것도 대북 특사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이었다.

일각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남북협력의 물꼬를 터줄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등 감염병과 재난재해를 남북이 함께 극복해야 한다는 ‘생명·안전공동체’ 개념을 제시해 놓은 만큼, 향후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될 경우 북한이 이를 명분 삼아 대화 테이블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바이든 정부가 동맹을 경시했던 트럼프 정부보다는 한국의 대북정책 추진에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남북관계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상황관리 차원에서라도 미국은 대북정책을 세팅하는 동안 한국에 자율성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이 보다 자율적으로 대북정책을 시도한다면 남북관계는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