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기는 어떤 작업일까. 이 질문에 소설가 이승우는 이렇게 답한다. “일종의 패러프레이즈(paraphrase)라는 생각을 한다.”
패러프레이즈, 즉 ‘이미 쓰인 것을 다시 쓰고 풀어 쓰는 것’이 소설 쓰기라고 생각하는 등단 40년 차 소설가 이승우가 신작 소설집 ‘사랑이 한 일’을 통해 구약성서 창세기의 패러프레이즈에 도전했다. 인간의 궁극적 물음, 인간에 대한 신의 사랑을 다시 한 번 해석하려는 시도다.
창세기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모두 ‘모든 것의 시작’이라 믿는 구약성서의 첫 권이다. 우주 만물의 근원을 밝히는 동시에 절대 신이 인간을 죄악으로부터 구원하고, 자손의 번영을 약속했음을 기록한 이야기다.
하지만 신이 아브라함에게 외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도록 명하고, 아브라함이 백 살에 얻은 귀한 아들을 번제물로 바치기 위해 산으로 떠나는 이야기는 일반인은 물론 구약을 믿는 종교인들도 쉬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이다. 이에 소설의 장인 이승우는 창세기 텍스트를 하나하나 풀어 쓰길 몇 번씩 반복하며 묵상하듯이 신과 인간 사이의 약속과 믿음 그리고 사랑을 ‘소설화’했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일화를 다룬 ‘사랑이 한 일’ 외에 ‘소돔의 하룻밤’ ‘하갈의 노래’ ‘허기와 탐식’ ‘야곱의 사다리’ 등 단편 다섯 작품이 모두 모두 창세기를 모티프로 하는 글이다. 수천 년 간 변주 되고 해석이 거듭돼 온 성경의 장면들을 소설로 가져오는 작업은 결코 쉬울 수 없다. 이승우는 작가의 말에서 “어떠한 번역이나 패러프레이즈도 원작과 같을 수 는 없다”며 “내 소설들이 위대한 원작을 조심스럽게 가리키는 수줍은 손가락이길 바란다”고 몸을 낮췄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