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유일 단막극...반갑다 '드라마스페셜'

7일 방영된 '모단걸' 시작으로
연말까지 10편 선보일 예정
올해로 10년째 '스타 등용문'

올해 KBS 드라마스페셜에서 선보일 주요 작품들의 장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모단걸’, ‘나들이’, ‘고백하지 않는 이유’, ‘그곳에 두고 온 라일락’. /사진제공=KBS

지상파 방송에 남아 있는 유일한 고정 단막극 프로그램인 KBS ‘드라마스페셜’이 지난 7일 열 번째 시즌의 문을 열었다. 단막극은 높은 시청률을 보이지는 못하지만, 수많은 스타 작가와 연출자, 배우들을 키우는 드라마 산업의 ‘스타트업’과 같은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특히 올해는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10주년을 맞아 여느 때보다 더 눈길을 끈다.

8일 KBS에 따르면 ‘드라마스페셜 2020’은 지난 7일 방영된 ‘모단걸’을 시작으로 다음 달 24일까지 총 10편의 작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장류진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상화한 ‘일의 기쁨과 슬픔’, 트롯 모창 가수의 삶을 돌아보는 ‘그곳에 두고 온 라일락’, 남녀의 잘못된 관계를 통해 근원적 고독을 살피는 ‘크레바스’ 등이 시청자를 기다리고 있다.


첫 타자로 선보인 ‘모단걸’은 1930년대를 배경으로 신여성으로 거듭나고자 한 여성의 성장기를 담았다. 부모 뜻에 따라 시집온 구신득(진지희 분)이 바람 핀 남편의 마음을 돌리려 몸종 영이(김시은 분)와 함께 학교에 다니고, 스스로 이혼을 선언하며 작가가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시청률은 3.1%로 높지 않았지만 엄혹한 시대적 상황을 유쾌하면서도 가볍지만은 않게 소화해 단막극의 장점인 다양성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송사들의 단막극은 저조한 시청률과 적은 광고수입 등의 문제로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드라마스페셜 역시 매년 존폐 여부가 논의되는 걸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KBS가 1,0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자 안팎에서 폐지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을 연출한 최상열 PD는 지난 6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매년 방송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은 프로그램을 10년이 되도록 지켜온 분들이 대단하고 고맙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제와 형식, 장르 등 여러 면에서 실험적이면서 작품성 있는 드라마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단막극의 의미는 분명 존재한다. 작년 최고의 드라마 히트작인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와 차영훈 PD를 비롯한 많은 스타 작가와 연출자, 배우들의 등용문이기도 하다. ‘크레바스’를 연출한 유관모 PD는 “개개인의 세계가 꽃필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이라며 “상업성 짙은 드라마 산업에서 보석같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한편 비지상파 방송 가운데는 tvN이 ‘드라마 스테이지’라는 이름의 단막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진행하는 신인작가 공모전 ‘오펜’(O’PEN)에서 당선된 시나리오를 토대로 작품을 제작한다. 작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 10편을 선보인 데 이어 내년 상반기 중에도 새로운 작품을 방영할 계획이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