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왼쪽) 지사와 이낙연 대표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지사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받으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권 구도가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양강체제로 좁혀지는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광재 민주당 의원 출마 변수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당내 주류인 친문 표심이 사실상 이번 대선에서 김 지사 카드를 접어야 하는 만큼 정 총리와 이광재 의원이 친문의 지지를 받으면서 다크호스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8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김 지사는 차기 대선 출마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김 지사가 ‘유효한 카드’라는 의견도 있지만 당장 유죄 족쇄와 재판 결과의 불확실성 때문에 대선 행보를 보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은 1년 정도는 소요돼 대선 직전인 내년 하반기쯤이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무죄 판결을 받아 살아서 돌아온다 하더라도 당내 대선후보 경선은 이미 진행 중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대선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법원 판결이 내년 상반기 중으로 나올 경우에도 김 지사가 대권 행보는커녕 정치생명을 좌우할 재판 준비에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 역시 제기된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당내 주류인 친문 표심을 사로잡을 제3의 후보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친노·친문 진영과 오랫동안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정 총리가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총리는 참여정부에서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내는 등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까워 ‘범친노’로 불렸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국무총리로 발탁해 당내 주류인 친문 표심도 우호적인 편이다. 현재 이 대표가 친문 표심의 지지를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지만 막상 정 총리와 대결구도가 펼쳐지면 상황은 또다시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정 총리는 지난 6일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보좌관과 자문위원단을 꾸리는 등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들어간 모습이다. 그린뉴딜·보건의료·국민소통 3개 분야에서 각각 특보 1명과 자문위원 2명씩을 임명했는데 총리가 정식으로 직제를 만들어 특보와 자문위원을 두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 총리가 내년 2~3월쯤에는 총리직을 내려놓고 대선 준비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원조 친노인 이 의원 역시 새로운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친노·친문 진영의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차기 대권 도전을 사실상 결정한 것으로 들었다”며 “이미 과거 친노로 불렸던 인물 중 일부는 이 의원과 함께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친문 표심을 두고 이 대표와 이 지사의 물밑경쟁도 치열하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대표로부터 함께하자는 요청을 받았지만 김 지사의 재판을 고려해 유보하기로 한 의원들이 꽤 있다”며 “이 지사 역시 최근 들어 당내 의원들과의 스킨십에 굉장히 적극적이다. 의원들도 이제는 누구와 함께할지 선택해야 할 시간이 임박했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