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김승연 한화 그룹 회장의 친누나가 최대 주주인 한익스프레스에 일감을 몰아 준 혐의로 한화솔루션을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화 측은 “한화솔루션과 한익스프레스의 거래는 적법하고 업계 관행에도 부합하는 효율성과 안전 등을 고려한 거래였다”며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공정위는 한화솔루션이 한익스프레스를 부당지원했다며 한화솔루션에 156억원의, 한익스프레스에 72억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하고 한화솔루션에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공정위는 국내 1위 염산 및 가성소다 사업자인 한화솔루션이 1,518억원 상당의 탱크로리 운송물량(1,518억 원 상당)을 한익스프레스에게 몰아주는 한편 시장가격 대비 높은 운송비를 지급했다는 입장이다. 또 한화솔루션이 한익스프레스가 실질적 역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운송거래단계에 추가해 통행세 명목으로 부당지원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화 솔루션은 이를 통해 최근 10년간 약 178억원의 부당이익을 한익스프레스 측에 제공했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이번 조치는 국내 7위의 대기업집단이 관계사라는 이유로 범 총수일가라 할 수 있는 친누나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에 물류일감을 몰아줘 인위적으로 시장 경쟁질서를 왜곡한 행위”라며 “공정위는 앞으로도 혈연관계와 같은 비경쟁적인 요소를 토대로 부당하게 지원행위가 이루어져 경쟁질서가 왜곡되는 부분에 대한 감시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화 측은 한익스프레스와의 거래는 비용 절감 등 현실적 요인 때문이었기 때문에 공정위의 조사결과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화솔루션 생산 제품 중 염산 등 맹독성 물질이 많아 관련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운송 업체가 극히 드물었던데다, 각종 설비투자 등으로 사고예방에 가장 적합한 한익스프레스를 거래 대상으로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한화측 입장이다.

특히 공정위가 이번 조사에서 10여개 물류 사업자 중 여타 업체 대비 평균 용역단가가 11% 가량 낮은 업체를 비교 대상으로 삼아, 한익스프레스의 이익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됐다는 입장이다. 또 한익스프레스가 위성항법시스템(GPS)을 통한 차량관리, 전문인력을 통한 유해물질 사고처리 등 여타 업체 대비 높은 경쟁력을 갖춘만큼 과도한 비용 지불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또 화학·화물업계에서 단일 운송사가 물류를 전담하는 것은 맹독성물질 운반에 따른 대형 화학사고 방지를 위해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관행인만큼 ‘일감몰아주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화 측은 “한화솔루션은 관련 거래가 적법하다는 점을 향후 사법 절차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며 “이번 사법적 대응과는 별도로 향후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내부거래위원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등 거래시스템을 개선·보완 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