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BLM플라자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 확정 보도를 지켜보던 한 여성이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정됐다는 소식에 7일(현지시간) 뉴욕과 시카고·필라델피아 등 미국 전역의 거리가 환호성으로 물들었다. 이날 오전11시30분께 CNN과 AP통신 등이 바이든 후보의 당선 확정을 보도하자 지지자들은 거리로 쏟아져나와 자동차의 경적을 울리고 샴페인을 터뜨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BLM플라자는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노래하는 바이든 당선인의 지지자들로 가득 찼다. 거리 곳곳에서는 ‘악몽은 끝났다’거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행어인 ‘넌 해고야’ 등의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도 쉽게 발견됐다. 백악관 인근으로 몰려간 일부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를 비웃듯 그가 선거운동 당시 사용했던 노래 ‘YMCA’를 함께 부르며 환호했다. 이들은 골프를 치던 중 바이든의 당선 확정 소식을 듣고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 행렬에 야유를 퍼부으며 “패배자”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워싱턴DC 트럼프호텔 앞에는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네는 말인 듯 “현실을 직시해라” 등의 내용이 담긴 글귀가 등장했다.
개표율 95% 상황에서 막판 역전하며 바이든의 당선 확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펜실베이니아주의 필라델피아 시청 인근은 마스크를 쓴 채 바이든의 이름이 적힌 깃발을 흔드는 지지자들로 가득 찼다. 한 여성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바이든이 승리한 것이 자랑스러운 듯 “바이든 타운”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거리에 나선 크리스 홀트는 “사람들은 이것을 평화로운 시위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즐거운 축하 행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지자인 로버트 누네즈는 “4년간의 악몽은 끝났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템플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베스 라피엔느는 “이 나라의 새로운 변화가 정말로 흥분된다”며 바이든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7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 월밍턴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의 지지자들이 환호를 보내고 있다. /EPA연합뉴스
뉴욕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소유인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과 트럼프타워에 모여든 이들이 “더 이상 트럼프는 안된다”고 소리쳤다. 뉴욕의 그랜드아미플라자에도 수백 명의 지지자가 모여들어 한동안 인근의 교통이 통제되기도 했다. 브루클린 바클레이스센터 밖에서는 지지자들과 함께 ‘바이든-해리스’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목격됐다. 그는 바이든이 현장에 나온 지지자들의 환호성을 들을 수 있도록 이 자리에서 바이든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브루클린 주민들은 길을 걸으며 서로에게 손을 흔들었고 일부는 휴대용 스피커로 축하 노래를 재생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지지자들이 7일(현지시간) 바이든의 당선 소식이 전해진 후 워싱턴DC 백악관 앞에 몰려가 ‘너는 해고야’ 등의 문구를 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을 기뻐하고 있다(위쪽 사진). 이날 미국 뉴욕의 한 펍에서 바이든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아래쪽 사진). /AFP·EPA연합뉴스
바이든 지지자들은 시카고 트럼프타워 주변에도 모여들어 함께 당선의 기쁨을 만끽했다. 데모즈 데스타는 “모두가 정말 행복해하는 걸 보니 기분이 너무 좋다”며 “우리는 오랫동안 함께 행복해할 기회를 얻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자리한 바이든의 선거캠프 본부를 찾은 지지자들도 경적을 울리며 ‘갓 블레스 아메리카(God Bless America)’를 함께 불렀다.
팝스타 등 유명인들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바이든의 당선 확정 소식을 축하했다. 존 레전드는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를 보낸다”며 “이런 어려운 시기에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것을 선택해줘 감사하다”고 적었다. 레이디 가가도 “바이든과 해리스, 미국 국민들이 가장 용감한 인류애를 세상에 보여줬다”며 “새로운 지도자와 백악관에 가는 첫 여성 부통령에 사랑을 바친다”고 축하했다. 스릴러 소설의 대가인 스티븐 킹은 “가끔은 좋은 사람들이 승리한다”며 바이든의 당선 확정 소식에 만족감을 표했다. 킹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소설보다 ‘더 무섭다’고 말한 바 있다.
/UPI연합뉴스
이처럼 바이든 지지자들이 서로에게 환호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총기를 든 채 거리에 나서며 이번 선거가 부정선거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복해서 외쳤다. 바이든이 승리한 펜실베이니아 해리스버그에는 수백 명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가 모여 “도둑질을 중단하라”고 소리쳤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장총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자신을 극우단체인 ‘프라우드보이즈’의 회원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프라우드보이즈에 남긴 ‘물러서라, 대기하라’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프라우드보이즈는 다른 지역에도 등장했다. 오리건주 세일럼에서는 프라우드보이즈 의상을 입은 한 남성이 후추스프레이를 뿌리는 장면도 포착됐다. 소총을 든 채 거리로 나선 커티스 우델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희망을 갖고 있다며 “절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지 않았다고 나를 설득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스다코타의 비즈마크에서는 수십 명이 참가한 항의시위도 열렸다. 이곳에서 열린 항의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약 2시간을 운전해왔다는 켄 와이겔은 “역겹다”며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프랭크 돕스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아직 법원이 남아있다”며 “만약 퍼져 있는 부정을 폭로할 때가 된다면 그것을 할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 언론의 당선 확정 보도를 부정하듯 “언론은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지를 결정하지 않는다”며 “이 나라의 합법적인 유권자들이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공화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는 약 1,000명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그(바이든)를 가두라”며 “이것은 끝나지 않았다”고 외쳤다. 이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인근 테네시에서 3시간 넘게 차를 몰고 온 조던 켈리는 “여기에서 부정선거가 벌어지고 있다”며 “미국인들이 선거에서 목소리를 갖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들 지역에서 폭력사태는 보고되지 않았다면서도 한때 경찰이 트럼프 반대 세력과 지지자들을 분리했다고 전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