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화·종전’ 타령보다 북핵 폐기 우선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북정책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그동안 ‘선(先) 북한 비핵화, 후(後) 경제협력’을 강조해왔다. 바이든은 대선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폭군’ ‘독재자’ 등으로 표현하며 불신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지속적인 대북 제재와 압박 전략을 구사하면서 시간을 두고 대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핵화 협상도 북미정상회담으로 속도를 내는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 방식과 달리 실무대화를 먼저 거치는 ‘보텀업’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바이든 행정부와 적극 협력하려면 우리의 대북정책 기조 손질이 불가피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제주포럼 기조연설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한국은 아직도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나 ‘종전선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를 두고 바이든 당선인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지만 전제는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말로만 ‘한반도 비핵화’를 얘기했을 뿐 핵 폐기 실천 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김정은 정권은 되레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고도화하면서 무력 도발을 계속해왔다.

정부가 북핵 폐기 없이 평화협정과 종전선언을 서두르면 우리 안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평화 타령만 하면서 ‘대북 쇼’에 매달리기에 앞서 반드시 북핵 폐기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제라도 대북 환상에서 벗어나 ‘가치동맹’인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 공조체제를 복원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8일 바이든 당선 축하 메시지에서 “공동의 가치를 위해 함께 일해나가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이 말이 공허한 제안이 되지 않으려면 북한에 북핵 폐기 로드맵을 만들어 이행하라고 강력히 촉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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