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우리 정부 경제부처 관계자들의 행보도 바빠지고 있다. 우선 한국경제의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12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정부의 대응 방안을 조율하기로 했다. 여타 부처 또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대응방안을 고심중이다. 다만 각 경제부처는 바이든 후보의 당선인 확정 문제 등 미국 내부의 혼란이 여전한 만큼 물밑작업으로 최대한 조용히 움직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9일 기재부 등 경제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바이든 후보가 승리함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와 정책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홍 부총리는 12일 오전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바이든 후보 당선에 따른 경제·금융·무역 등의 영향을 살펴볼 예정이다. ‘대외경제장관회의규정’에 따르면 관련 회의 참석자들은 기재부 장관을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외교부장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환경부장관, 국토교통부장관, 해양수산부장관, 중소벤처기업부장관, 국무조정실장, 대통령비서실의 경제정책을 보좌하는 수석비서관으로 구성되는 만큼 경제분야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갈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 경제정책 대응을 위한 컨트롤 타워는 기재부가 맡는다. 기재부는 지난달부터 대외경제국을 중심으로 경제정책국·국제금융국 등 관련 부서가 참여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미국 대선 상황을 챙겨왔다. 대선 이후에도 TF를 중심으로 꾸준히 대응해나갈 방침이다.
정부는 바이든이 다자무역체제 복원과 환경 관련 규제 준수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관련 대응책 마련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국내 주요 경제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 출범 후 글로벌 통상 환경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우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재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향후 4년간 경기 부양을 위해 투입될 2조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재정투입액을 감안하면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트럼프 정부 당시 신설되거나 높아진 관세 장벽에도 어느정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바이든 후보가 ‘청정에너지·인프라 계획’에 관심이 많은 데다 수출입 상품의 환경 및 노동 기준을 높이기로 한 만큼 한국 기업의 관련 비용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도 전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불복 등 변수가 여전한 만큼 경제부처들은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익명을 원한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부총리를 포함해 기재부 고위공무원 대부분이 미국 정권교체와 관련된 업무들을 챙기고 있다”면서도 “다만 아직 대선 결과와 관련한 혼란이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응을 외부에 알리기는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홍 부총리 또한 12일 대외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미국 대선 결과와 관련한 원론적 대응방안만 이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세종=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