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메이드인코리아', 명품으로 만드는 비결

명품에 깃든 고유한 이야기 보따리
장인의 기술에 역사·전통 스며들어야
■ 서정과 서사로 읽는 브랜드 인문학
■ 민혜련 지음, 의미와 재미 펴냄


유럽의 중세 시대 성곽 가까이에는 궁전의 귀족을 위해 물건을 만들던 공방과 작은 상점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생필품에서 사치품에 이르기까지 온갖 물건을 만들던 기술자인 장인들이 거주하던 공간이다. 그들은 문맹으로 농촌의 무지렁이에 불과했다. 길드를 조직하고 협동조합을 통해 기술을 전수하고 이익을 창출해 온 장인들은 그러나 유럽의 근대화의 급물살을 타고 명품을 만드는 장인(master)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어떻게 그들은 명품을 만들었을까. 그리고 그들이 만든 명품에는 왜 빠짐없이 스토리가 깃들어있는 것일까.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고 와인의 발효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민혜련 박사가 ‘서정과 서사로 읽는 브랜드 인문학(의미와 재미 펴냄)’에서 비밀의 열쇠를 풀어준다.

수많은 상품 중에서 유독 명품 반열에 오르는 것은 어떤 상품이며 또 그 브랜드 가치는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민 박사는 브랜드의 가치는 사람들 간의 합의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한다. “합의가 없으면 가치도 없습니다. 아마존의 원시 부족에게 명품가방은 그저 채집을 위한 망태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과시는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그 욕망이 충족됩니다. 결국 명품의 조건이란 타인이 욕망해야 한다는 것이죠. 자크 라캉의 거울 이론을 빌자면, ‘나는 내가 욕망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타인이 욕망하기 때문에 그것을 소유한 거울 속의 나를 욕망’하는 것이랍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없다면 굳이 명품 브랜드는 가치를 발산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책은 이른바 명품의 반열에 오른 브랜드에 숨겨진 서정과 서사를 소개한다. 남성 수트의 예술로 평가받는 ‘비스포크’ 구두를 과학으로 승화시킨 ‘페라가모’ 여성에게 자유를 선사한 ‘샤넬’ 실용을 명품에 적용한 프라다 등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 수많은 명품에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아울러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유럽 중에서도 이탈리아와 프랑스에는 왜 명품 브랜드가 많이 탄생했고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도 있다. 민 박사는 “수많은 이질적 문명의 충돌을 거쳐 탄생한 문화는 이탈리아인의 DNA에 예술적 감각을 각인했다”면서 “프랑스가 명품의 대국이 된 것은 서정이 충만한 전통을 포장하는 서사의 실력이 뛰어났다. 극도로 사치스러웠던 궁정문화는 인간관계의 유희, 말장난, 자기 과시법 등을 팔고 또 팔아도 남을 유산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상품의 명품 브랜드 개발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민 박사는 “한국전쟁 이후 전통의 붕괴와 서양에 뒤처졌다는 열등감에 젖어 명품 브랜드가 될 만큼 탄탄한 서사를 쓸 여유가 없었다”면서 “남부럽지 않은 솜씨를 가진 장인들이 우리에게도 많지만, 자신을 인정할 줄 모르고 자존감이 없다면 세계가 알아줄 리 만무하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명품 브랜드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100년의 서사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독자들은 명품의 탄생에 얽힌 서사와 서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명품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된다. 아울러 ‘메이드인 코리아’를 명품의 반열에 올리고자 노력하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장인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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