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車 부품수익 18%뿐..."규제보단 인센티브 줘야"

■자동차산업협회 조사
부품업체 65% "지원조건 복잡
정부 R&D 사업 이용한 적 없다"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부품업체 중 약 18% 만이 미래차 부품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부품업체들이 수익성 없이 상당 기간 미래차 전환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센티브가 아닌 규제 위주의 미래차 보급 정책을 펼 경우 자칫 국내 업체들이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부품업체 중 양산 단계까지 미래차 전환을 이루고 이로 인한 수익이 발생하는 비중은 17.8%에 머무는 것으로 조사됐다. 양산을 시작했지만 수익을 내지 못하는 업체는 21.8%였다. 양산에 이르지 못한 나머지 60.4% 업체들은 시제품 제작 단계(18.8%), 연구개발(R&D) 단계(31.7%), 제품·서비스 개발 단계(9.9%)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산업협회는 부품업체 80% 이상이 미래차 부품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관련 투자는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대부분 업체가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미래차 부품은 개발에만 약 3~6년이 소요되고 부품 1종을 개발하는 비용은 평균 13억원이다. 그럼에도 미래차 관련 R&D를 추진하고 있는 부품업체 중 56.8%는 내부 보유자금이 투자재원 조달 방법 중 1순위라고 답했다. 금융권 차입금이 1순위라고 답한 비중도 12.3%로 두 번째로 높았다. 정부 정책자금을 가장 먼저 활용한다고 답한 업체는 6.2%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업체가 자체 자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미래차 관련 정부지원사업은 조건이 까다롭고 지급 규모가 작아 이용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의 R&D 지원사업 이용실적을 묻는 질문에 부품 업체 64.9%가 이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유로는 지원요건이 복잡하거나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39.2%로 가장 많았고 지원규모가 미흡하거나 기업부담이 과도하다는 의견은 22.8%였다.

자동차산업협회는 부품업계가 당분간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미래차 전환에 투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에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등 급진적인 규제 정책이 나올 경우 국내 부품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했다. 실제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 4월 패널티 없는 저·무공해차 의무판매제를 도입한 환경부는 기여금 등 페널티를 강제하는 방향으로 관련법 개정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 비중을 규제할 경우 부담이 후발업체에 집중돼 이들 업체의 경영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규제보다는 국내 부품업체들이 전기차 전환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현실성 있는 인센티브 위주의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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