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윤석열(사진) 검찰총장이 9일 “검찰개혁의 방향은 ‘공정’한 검찰과 ‘국민’의 검찰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차장검사 14명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국민의 검찰은 검찰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총장의 발언은 최근 원전 수사와 특별활동비를 둘러싼 여권의 비판에 ‘국민’을 믿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은 이날 ‘공정’이라는 키워드도 꺼냈다. 그는 “공정한 검찰은 형사 사법절차에서 당사자 간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을 의미하며 당사자주의, 공판중심 수사구조, 방어권 철저보장을 포함한다”며 “‘공정’한 검찰과 ‘국민’의 검찰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차장검사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 위해 연수원 내에서 이동하고 있다./진천=연합뉴스
외부의 압박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윤 총장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시작은 지난달 22일 국회 국정감사 때였다. 당시 윤 총장은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밝혔고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 본인에 대한 감사까지 예고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이달 3일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부장검사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다시 한 번 정면 돌파의 의지를 밝혔다. 이후 대전지검의 원전 수사 드라이브에 이어 이날 ‘국민의 검찰’까지 강조하면서 흔들리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월성원전 조기폐쇄 등 수사에 대해서도 여권은 감사원의 고발이 없는데 수사를 했다면서 검찰을 비난만 하고 있다”며 “이날 검찰총장이 강조한 부분도 국민의 입장에서 모든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특활비와 관련해서도 떳떳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대검찰청을 방문해 검찰의 특활비 지급을 검증했는데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지시를 통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9일 오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 응원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법사위 소속 의원들의 대검 방문은 추 장관의 의혹 제기가 발단이 됐다. 추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윤 총장을 겨냥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쓰고 있다”며 “사건이 집중된 서울중앙지검에는 최근까지 특활비가 지급된 사실이 없어 수사팀이 애로를 겪는다는 얘기도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송금 기록과 사용 내역을 낱낱이 공개해 철저히 검증을 받으라”고 검찰에 내부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활비 사용에 문제가 없고 관련 의혹 제기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윤 총장의 입장과 달리 법사위 의원들은 대검찰청의 특활비 사용에 의심스러운 지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특활비 감사를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서울중앙지검에 배정된 특활비가 지난해와 대비할 때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어 추 장관의 의혹 제기는 이유가 있어 보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백 의원은 윤 총장이 특활비를 개인의 정치자금으로 사용한다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총장 개인의 특활비 사용 여부가 특정돼 있지 않다”며 추가 감사를 예고하기도 했다. 반면 함께 감사를 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대검보다도 법무부의 자료 소명이 더 부실했다”며 “추 장관 개인 명의로 쓰인 특활비는 없었지만 법무부 검찰국 등에 들어간 특활비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