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환 포스텍 총장이 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에 대한 대학의 기술이전과 교원창업 등 기술사업화를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대학이 산학협력을 많이 하고 기업에 기술이전이나 교원창업을 적극 장려해야 합니다. 그게 국민의 세금을 많이 지원받는 대학의 사회적 책임입니다.”
김무환(62·사진) 포스텍 총장은 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포스텍은 지난 1986년 개교 때부터 산학협력을 강조하며 대학 연구의 사회환원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내 대학들이 평균적으로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의 3분의1 이상을 쓰지만 특허유지료가 오히려 기술이전료보다 많을 정도로 기술사업화가 부진한 현실을 타파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QS와 더타임스 등 세계 대학 평가를 하는 곳에서도 산학협력 실적이 아닌 논문 수나 논문 인용지수에만 신경을 쓴다”며 “하지만 정부에서 지원을 받거나 외국인 학생 유치를 위해서는 평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대학에서 논문 몇편 더 쓰고 양적으로 특허를 양산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임용·승진 시 외국 대학 저명인의 추천서 5통 이상이 필요하고 영향력이 큰 논문을 썼다든지 창업해 큰 성공을 보여줄 경우 인사위에서 정성평가를 통해 당연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의 우수 기술을 사장시키지 않고 상용화해 이익이 나면 다시 대학으로 환류시켜야 한다”며 “대학 창업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 산학협력친화형 교원인사제도라든지 창업 휴직·겸직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포스텍은 창업 이전단계부터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포스텍펀드(535억원) 등 대학이 출자한 다양한 펀드를 통해 후속투자를 연계한다. 포스텍기술지주를 운용하며 교원 창업기업을 비롯해 벤처·스타트업에 팁스(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투자 기회도 제공한다. 팁스는 설립 7년 내 벤처·스타트업에 운용사가 1억원가량을 투자하면 정부가 5억원을 R&D비로 지원하고 후속지원도 한다. 포스텍지술지주는 2016년 팁스 운용사로 선정돼 7월 말까지 31개사에 75억원가량을 투자했다.
김 총장은 “대학에서 창업에 도전하는 문화를 널리 확산시켜야 한다”며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창업이 활성화해야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진다”고 힘줘 말했다. 포스텍은 개교 50주년인 오는 2036년 교원과 학생 창업기업을 200건까지 늘릴 방침이다. 그는 “교수 300여명이 연 2,000억원가량 연구과제를 하는데 정부과제가 1,500억원이다. 이런 연구를 신산업 창출로 연결시켜야 한다”며 “MIT 미디어랩 출신이 주도해 학생들의 창업을 위한 메이커스페이스도 만들었는데 한 학기에 16명을 대상으로 정말 잘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앞서 포스텍은 1998년 ‘1실험실 1창업’ 운동을 시작해 지난해 7개사 등 총 63개사의 창업 실적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 제넥신·NB포스텍·압타머사이언스 등을 들 수 있다. 졸업생 기업으로는 카페24·스트라드비젼 등이 있다.
김 총장은 “최근에는 경북도가 600억원의 벤처투자금을 위임하고 내년 6월에는 포스코 인큐베이션센터가 들어서면 교원기업뿐 아니라 주변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할 것”이라며 “지난해 포스텍을 중심으로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돼 기업들에 보다 많은 기술이전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현재 포스텍은 포스코와 포스코케미칼 등의 주식과 채권으로 갖고 있은 1조원가량의 기금에서 나오는 수익을 대학 운영비와 연구비에 쓰고 있다. 하지만 세계를 선도하는 ‘퍼스트무버’ 기술을 개발해 상업화하기 위해서는 미국 대학들처럼 국민의 후원이 절실하다는 게 그의 호소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