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이 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검찰 특수활동비를 직접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법무부와 대검 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법무부의 해당 방침은 특활비 관련 문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예산 집행권을 특활비까지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의 조치가 현실화되면 수사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주어진 특활비 배분 권한까지 빼앗아 말 그대로 ‘식물 총장’을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목소리가 크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각 지검의 일반 예산은 법무부가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아 직접 배정한다. 다만 특활비는 법무부가 기재부에서 받아 법무부 몫 일부를 떼어내고 나머지를 대검에 전달하면 검찰총장이 수사상황에 맞게 일선 지검에 내려보낸다. 이를 놓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주 국회에서 서울중앙지검에 특활비 배분이 원활하지 않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검찰 특활비’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이는 추 장관이 윤 총장과 갈등을 빚는 이성윤 중앙지검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전날 법무부·대검 특활비 현장점검을 통해 올해 검찰 특활비 예산은 전년보다 20억원가량 줄어든 약 94억원이 책정됐고, 서울중앙지검에는 10월까지 총액의 14.4%가량이 지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양 기관 모두 수사보안 등을 이유로 자세한 특활비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처럼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자 여야 법사위원들 간 소모적인 공방을 이어갔다.
이에 법무부는 법사위 위원들에게 ‘법무부가 특활비를 일선 지검에 직접 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특활비 투명성 논란이 계속되면 예산 원칙에 따라 법무부가 일선 지검에 직접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총장의 권한을 뺏는 게 아니라 주무부서의 예산 재배정이라는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비’라고 불릴 만큼 수사와 직접 연결되는 특활비를 법무부가 직접 배정하면 사실상 수사에 개입하는 것과 같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형 수사의 경우 특활비 지원이 필요한데 법무부 장관의 입맛에 따라 정권에 불리한 사건에는 특활비를 배정하지 않고 유리한 사건에만 배정하는 식으로 수사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선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법무부 장관이 특활비에 손을 대는 것은 수사에 관여하는 것과 같아 매우 부적절하다”며 “이럴 거면 검찰총장은 뭐하러 두느냐”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도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은 총장을 통해서만 지휘할 수 있게 한 것은 검찰의 독립성을 위해서인데 특활비 배분권을 검찰총장에게 주는 것도 같은 원리”라고 했다.
법무부의 이번 조치가 윤 총장에 대한 압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추 장관이 밀어붙이기식 검찰 인사에 이어 수사지휘권 행사와 각종 감찰 지시로 윤 총장을 궁지로 몰더니 특활비 배분 권한까지 박탈해 손발을 묶어 놓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검사들의 반발을 의식해 법무부는 특활비 직접 배분과 관련해 아직 아이디어 차원일 뿐 정식으로 검토하는 것은 아니라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전날 특활비 현장 점검에서 야당 의원이 “장관이 직접 특활비를 주는 것은 개별 사건을 직접 지시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하자,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하나의 아이디어 차원이지 그렇게 하겠다고 하는 건 절대 아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관계자도 “검토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