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위조된 시험성적서를 통해 부정하게 방송통신기자재 적합성평가를 받은 국내외 381개 제조업체 및 수입업체를 적발했다고 10일 밝혔다. 대부분 하이크비전이나 화웨이 등 중국업체와 국내 주변기기업체 들이 적발된 가운데 삼성전자(005930)도 23건을 위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과기부 국립전파연구원은 2006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소재 글로벌 시험기관인 BACL이 발급한 시험성적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381개 업체의 시험성적서 1,700건이 위조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들은 미국 BACL이 아니라 중국 소재 BACL에서 시험·발급된 것으로 확인 됐다.
방송통신기자재를 제조·판매하는 수입업체는 기자재를 시장에 유통하기 전 기술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등록해야 한다. 국내에서 인정하는 시험성적서는 국내 시험기관 지정 절차 또는 국가 간 상호인정협정에 따라 지정된 시험기관만 발급 권한을 갖는다. 한국은 현재 미국·EU·캐나다·베트남·칠레 등 5개국과 상호인정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상호인정협정 등 지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중국 소재 BACL 시험소는 시험권한이 없으며, 권한 없는 시험소를 통해 발급된 시험성적서는 효력이 없고 전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이번 전수 조사에서 위조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중국 감시카메라 업체인 항저우 하이크비전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224건을 위반했다. 이어 중국 드론업체인 DJI가 145건, 중국 네트워크 장비업체 화웨이가 136건으로 뒤를 이었다. 국내 업체로는 무선 스피커·이어폰 제조업체인 브리츠인터내셔널이 64건으로 4위를, 디엠에이씨인터내셔널이 45건으로 5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역시 23건으로 10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위반 제품은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되는 하만카돈 무선 스피커로 확인됐다. 대부분 중국 현지 외주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현지 인증기관 인증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관련 사실을 인지한 후 미국 BACL에서 다시 인증을 받는 등 조치를 취해 현재 국내 유통되는 제품들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파법에 따라 시험성적서 위조 등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적합성평가를 받은 경우에는 적합성평가 취소 및 기자재 수거 등의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 또 적합성평가가 취소되면 취소된 날부터 향후 1년간 적합성평가를 다시 받을 수 없게 되고, 적합성평가를 다시 받기 전까지 해당 기자재는 제조·수입·판매 등을 할 수 없다.
전파연구원은 10일부터 청문 실시에 앞서 사전통지하고, 12월부터 381개 업체에 대해 차례로 청문할 계획이다.
현재 이미 판매된 기자재는 수거·파기에 상응하는 대안적 조처를 할 예정이고, 정부가 해당 제품을 직접 수거해 직권으로 시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과기정통부는 말했다. 이번에 적발된 화웨이 장비를 쓰는 이통사와도 협의해 통신사가 LTE 기지국 등에 쓰이는 해당 장비를 직접 수시검사하는 등의 대안을 선택하도록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는 “시험성적서 위조는 방송통신기자재 전반의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이번 적발 내용이 국내·외 다수 업체와 관련돼 있고 적발 기자재 중에 CCTV, 블루투스 음향기기, 드론, 통신장비 등 국민 생활에 밀접하게 이용되는 다양한 제품들이 포함된 만큼, 안전한 전파환경 유지를 위해 관계 법령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노현섭·변수연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