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백신 고무적이지만 중간결과일 뿐…앞서갈 필요 없어"

정부 "먼저 도입한 국가 이상반응 확인
국내선 내년 2분기 접종 목표" 신중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90% 이상의 예방 효과를 발휘했다는 중간결과에 국내 정책당국과 의료계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면서도 실제 접종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임상 3상 중간결과여서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역당국 역시 “국내 국민들에 대한 백신 접종은 앞서 실시한 나라들의 이상반응을 확인한 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접종 시기는 내년 2·4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10일 열린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한 3상 시험 평가가 나오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이번 발표는 최종 결과가 아닌 3상 초기 중간결과”라며 “생산 이후 구매·접종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 상황을 고려하면 너무 좋다고 기대하기는 섣부르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이 90% 이상의 예방 효과를 낸 것은 전 세계 의료계가 예상하지 못한 성과인 게 사실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감염병 분야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역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효능 발표에 대해 “효과가 그 정도로 높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며 “코로나19와 관련한 모든 중요한 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중간결과이기는 하지만 90% 이상의 효과는 일반 독감 백신의 두 배 수준으로 홍역 백신(93%)만큼이나 강력한 예방 효과를 의미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당초 코로나19 백신에 요구한 효과가 50%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다.

하지만 백신 개발과 상용화는 다른 문제라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현재 화이자가 개발 중인 백신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계열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른 기업이 개발하는 ‘바이러스 벡터’ 계열의 방식에 비해 빠른 속도로 개발이 가능하지만 현재까지 승인된 백신들 가운데 이 기술을 활용해 사용이 승인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끝까지 안전성에 대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아직 안전성 데이터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만큼 차분히 임상시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며 “정부가 나서 백신 물량을 확보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앞서갈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유행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덜 심각한 만큼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코로나19가 창궐하는 다른 국가의 접종 정보를 신중히 살펴본 후 접종해도 늦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다른 국가에서 백신을 접종한 결과를 확인한 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 9월 3,000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포함된 ‘코박스’에 1,500억원을 선입금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코박스와의 선계약에 이어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의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선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으며 현재 막바지 단계”라며 “내년 2·4분기 이후에 백신 접종을 목표로 실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 정부가 백신 공급을 논의 중인 글로벌 제약사에 화이자가 포함돼 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다만 권 부본부장은 “코박스 기구를 통해 2021년 내에 20%를 확보하는 것으로 10월9일 자로 확약서를 제출하고 선지급을 완료했다”며 “여기에 포함된 9개 정도의 코로나19 백신 후보에 최근 2개 이상의 회사가 추가되면서 화이자가 개발 중인 mRNA 방식의 백신도 추가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서 실시하는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세심하게 살펴보면서 우리나라의 접종 전략을 수정·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지혜·이주원·우영탁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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