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3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도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BTS의 코리아소사이어티 밴 플리트상 시상식 수상소감에 대한 중국 네티즌 비난을 다룬 기사를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동북공정 대응 등을 위해 설립된 교육부 산하 연구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장관급)이 최근 임기 만료로 퇴임했지만 정부의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6.25전쟁 북침 주장부터 방탄소년단(BTS) 수상소감 논란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동북공정식 주장이 거세지면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가운데 인선 지연으로 인한 업무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교육부와 동북아역사재단에 따르면 김도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지난 6일 공식 임기를 마쳤다. 김 전 이사장은 임기를 사흘 앞두고 서울 서대문구 재단 사무실을 돌며 직원들과 만나 소회를 밝히는 것으로 퇴임식을 대신했다. 김 이사장의 퇴임으로 재단은 당분간 조태영 사무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재단 안팎에서는 김 전 이사장이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 확산과 국정감사에서의 질타를 감안해 조용히 물러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이사장은 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동해 명칭 표기 오류를 시정하는 사업에 예산의 20%만 사용한 반면, 재단 법인카드를 주점 등에서 1,000만원이나 사용해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 문화계로까지 확산한 동북공정 논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최근 중국에서 불거진 ‘한국전쟁 북침 논쟁’에 이어 아이돌 그룹 BTS의 수상소감 논란과 블랙핑크 판다 논란, 한복 원조 논쟁 등 온라인상에서는 중국 네티즌까지 합세한 ‘제2의 동북공정’ 논란이 일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재단 이사장직은 교육부 장관의 추천으로 총리가 재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로, 일각에선 연말연시 개각 때까지 이사장 자리가 공석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청와대가 후보자 검증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다른 기관장 인사와 맞물려 늦어지고 있다. 한꺼번에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단 내부에서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업무에 차질을 생긴 와중에 이사장 인선까지 늦어지면 업무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전문가 출신 ‘낙하산 인사’에 대한 고질적인 우려도 제기된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중국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2006년 설립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다. 독도 분쟁, 일본 우익 교과서, 동해 표기 등 동북아 역사·영토 문제 전반을 아우르는 중요한 기관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역대 이사장들이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면서 ‘친일 사관’ 등 자질 논란을 겪어왔다.
재단 관계자는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임명을 통해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현 정부의 대응 의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