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워지려거든 노랑 양산을 펴 봐
다정해지려거든 면장갑을 껴 봐
모란 잎이 양산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괜찮아
노래를 불러도 즐거워지지 않는다면
면도날로 악보를 갈기갈기 찢어 봐
코. 펜. 하. 겐이라 무의미하게 써 보는 것도 방법이야
다섯 번쯤 쓰면 1그램쯤 즐거워질 거야
음악을 쟁반에 담아 들고 오이처럼 먹어 봐
애인을 껴안다가 호주머니의 앵두가
다 터져버렸을 때를 떠올려 봐
즐거움은 소모품이야
너도 즐거워지려거든
편지봉투에 하느님 귀하라 써서 우체통에 넣거나
원피스를 갈아입는 애인의 종아리를 2분만 바라봐
그러면 아까보다 1그램쯤 즐거워질 거야
빗방울은 산발적이기에 아름다워
나는 오늘 1그램의 슬픔을 1그램의 기쁨으로
바꾸는 연습을 했어
노랑 양산이 없을 때는 노랑 우산을 돌려도 되겠죠? 면장갑이 시릴 때는 모장갑을 껴 봐도 되겠죠? 모란 잎이 지고 나면 단풍잎을 써 봐도 되겠죠. 펼쳐볼 악보가 없다면 음악채널을 꺼 버려도 되겠죠. 코. 펜. 하. 겐이 떠오르지 않으면 코. 편. 하. 게. 콧구멍 후벼도 되죠. 다섯 번 파면 1그램쯤 즐거워지는 건 ‘질량보존의 법칙’처럼 불변인 거죠. 앵두 대신 홍시를 넣고 아내와 껴안아 봐야겠어요. 하느님께 보낸 편지를 물고 기러기 우체부가 날아가요. 답장처럼 단풍이 져요. 슬픔으로 바꾼 기쁨, 페이지마다 곱지만 왜 눈물이 날까요.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