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효과’로 증시에 순풍이 불며 코스피가 7거래일 연속 오르는 등 강한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종식시킬 백신 개발 호재가 더해지며 추가 상승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전망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대다수는 △반도체 업황 개선 △‘코로나 쇼크’ 기저효과에 따른 기업 이익률 개선 △저금리·유동성 장세 유지 △약달러로 인한 외국인 자금 유입 등을 이유로 내년도 코스피가 2,700~2,900선에 도달하리라 관측하고 있다. 국내 증시가 대세 상승(bull market)으로 진입해 ‘코스피 3,000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출·실적 내년 2·4분기 정점…코스피도 정점 찍을 것=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오는 2021년도 코스피지수가 역대 최고점인 2,598포인트(2018년 1월29일)를 무난히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증권사들이 제시한 내년 코스피 목표치를 살펴보면 △메리츠증권 2,250~2,800 △삼성증권 2,100~2,850 △신한금융투자 2,000~2,750 △하나금융투자 2,110~2,700 △SK증권 ~2,900포인트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내년도 코스피 강세를 관측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수출 및 이익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내년 코스피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를 올해 대비 45조원(약 40%) 증가한 125조원으로 전망했다. 메리츠증권 역시 2021년 코스피 순이익이 올해 대비 40% 늘어난 120조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 쇼크’로 부진했던 기업 이익이 내년에 회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다 ‘다자무역’을 선호하는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미중 무역갈등 등이 일부 해소돼 글로벌 교역량이 늘고 국내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반등하리라는 기대가 크다. 특히 증권가는 내년도 반도체 업황의 개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 연말까지 반도체 기업들의 순이익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가총액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크게 반등해 코스피 상승세를 이끌 것이라는 의미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수출은 기저효과를 기반으로 2·4분기 증가율이 정점을 이룰 것으로 보이며 코스피의 정점도 비슷한 시기 형성되리라 전망한다”며 “올해 증시를 이끌어온 유동성 장세가 실적 장세로 전환되는 시점 코스피는 신고가를 경신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금리發 유동성에 외국인 수급도 선순환 기대=글로벌 저금리 기조나 각국 정책환경 등이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것도 증시 상승세를 이끄는 요소로 꼽혔다. 코로나 쇼크에 가라앉은 경기회복·소비진작을 위해 각국 정부가 돈을 푸는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저금리·유동성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글로벌 주요 국가의 정책 포커스는 적극적 재정 부양책을 활용해 유효 수요를 늘리고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전략에 맞춰질 것”이라며 “미국 5.1%, 중국 8.0%, 한국 3.5%의 경제성장률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한국 수출 및 기업 실적 펀더멘털의 급속한 정상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외국인 투자가들의 국내 증시 ‘귀환’을 기대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호재다. 바이든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칠 경우 약달러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가들은 글로벌 수요·교역 회복으로 실적이 정상화되는 국내 기업들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000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센터장은 “내년 상반기 코스피 이익이 40% 늘어나리라 전망되는 지금 지수가 3,000을 간다고 해도 지금보다 20% 상승하는 수준에 그친다”며 “보수적으로 산정해 코스피 상단을 2,800으로 제시했지만 더 큰폭의 상승이 있다고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개선 선명한 반도체·자동차 최선호, BBIG도 주목=내년도 대세 상승장이 펼쳐지리라는 기대감 속에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투자 최선호주로 추천하는 것은 반도체·자동차 등 실적 개선주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률이 반등하고 있는데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감도 여전히 높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미중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기술 우위를 점하는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국내 기업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며 “특히 반도체는 내년 순이익 증가율 컨센서스가 32%, 자동차는 120%까지 높아졌기에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말했다. 또 ‘바이든 수혜주’로 꼽히는 친환경·신재생 에너지주, ‘한국판 뉴딜’ 수혜를 입을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등 정책 수혜주도 눈여겨볼 것을 권했다. 대규모 정부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쇼크에 피해를 입은 저평가 경기민감주 투자나 성장주 가운데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들로 ‘옥석 가리기’를 하는 것도 좋은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