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워치] '예방 뒷전 처벌만능주의'로는 산재 못 줄인다

與 이어 野도 '중대재해처벌법' 가세
세계 최고 수준 산안법 처벌 이어
정치권, 노동계표 의식한 '옥상옥'
기업인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및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주민·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11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를 예고하면서 적잖은 후폭풍이 전망된다. 가뜩이나 민주당이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고 벼르는 가운데 기업 최고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비롯해 징벌적 벌금과 작업중지 및 영업정지 등을 담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처벌법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미 정의당이 관련법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내세운 가운데 보수야당인 국민의힘까지 가세하면서 기업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계는 안전전문가와 기업이 협업하며 안전 인프라를 강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노동계의 표를 의식해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인’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박주민·우원식 의원 등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발의를 공식화했다. 이들 의원은 민주당 ‘당론’으로까지 추진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재계는 연초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조차 처벌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옥상옥 처벌’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산안법 기준상 사업주에게는 일본과 미국·영국에 비해 14배 이상의 징역 기간과 최대 18배 이상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럼에도 올해 1월 산안법이 전면 개정된 후 6개월 동안 사망자 수는 전년동기 대비 5명, 사고재해자 수는 3.5% 늘어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재해에 대한 규제가 우리보다 덜한 해외 국가들의 산재 감소 추이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산업재해 사망자 수를 75%로 대폭 줄이는 데 성공한 가운데 그 배경으로 예방 중심의 전략이 꼽힌다. 추락방지 조치와 작업지침을 개발해 예방에 주력해온 덕분이다. 이에 10만명당 산재사망자 수는 2004년 4.9명에서 2018년에 1.2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국회가 산업현장의 중대 재해를 줄이기 위해 법안을 강화하는 것보다 예방 중심으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재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송종호·구경우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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